“평양에 고압선 깔고 싶은 분?” 오너의 돌직구 채용설명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5일 03시 00분


구자은 LS전선 사장, 대학캠퍼스서 글로벌 인재 찾기
“젊음과 열정, 돈과 바꾸지 말라… 전기에 미친 사람이라면
스펙도 학점도 필요없어… 내가 여러분 미래 책임질 것”

23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열린 LS그룹 채용설명회에서 구자은 LS전선 사장은 짧게 깎은 머리만큼이나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설명회를 찾은 취업준비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LS그룹 제공
23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열린 LS그룹 채용설명회에서 구자은 LS전선 사장은 짧게 깎은 머리만큼이나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설명회를 찾은 취업준비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LS그룹 제공
“서울에 있고, 지방 발령 가능성이 적고, 월급이 많은 회사, 이런 기준만 따지면 강남에 있는 대기업 가야죠. 그런데 그렇게 들어가면 행복할까요. 재미있을까요.”

23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서부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열린 LS그룹 채용설명회에서 구자은 LS전선 사장은 ‘돌직구’부터 던졌다. 설명회를 찾은 취업준비생 250여 명은 속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말문이 막혔다. 구 사장은 “열정과 젊음을 바쳐서 하고 싶은 일을 고른다면 꼭 대기업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대학 축제기간이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학생이 몰렸다. 정원 160여 명인 강의실에는 빈자리가 없어 늦게 온 90여 명이 바닥에 앉거나 서 있어야 했다.

구 사장은 이들에게 회사 소개나 취업 비법보다는 인생과 사회생활 선배로서 조언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한 채용사이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직장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출근이라고 한다”며 “월급이 더 많아서, 일이 편해서 직장을 고르면 출근이 괴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직장은 여러분이 지금까지 살아온 20, 30년의 시간을 보내게 될 곳인 만큼 여러분의 열정과 젊음을 돈 몇 푼과 바꾸지 말라”고 덧붙였다.

구 사장은 강성원 LS-Nikko동제련 최고경영자(CEO)가 박사학위를 딴 뒤 유명 대학 교수 자리를 마다하고 당시 ‘깡촌’이었던 울산 온산 공장에서 동 제련 연구를 자처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열정을 쏟으면 자연스레 보상도 주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LS전선이 원하는 인재상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전기에 미친 사람을 원합니다. 80만 V 초고압 지중선을 연결하고 싶다. 영업을 잘해서 전 세계에 우리 전선을 깔아보고 싶다. 통일 후 평양에 전선을 묻고 싶다. 이런 사람이라면 스펙, 학점 필요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미래를 책임지겠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식상한 자기소개서(자소서)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해외 어학연수나 해외 봉사활동 경험으로 시작하는 식상한 자소서는 보지 않고 넘겨 버린다”며 “진솔한 경험을 진실하게 쓴 자소서, 면접관이 끝까지 읽고 질문을 하고 싶게 만드는 자소서를 쓰라”고 당부했다. LS그룹은 올해 50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날 LS전선은 최신 스마트폰을 추첨 경품으로 내걸었다. 구 사장은 “직장에 가면 꼭 지켜야 하는 게 시간 약속”이라며 4시 전에 도착한 120여 명만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했다. 당첨자는 1명이었지만 나머지 취업준비생들은 사회생활의 교훈을 얻어갔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구자은#LS전선#평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