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경륜 경정까지 ‘불법 인터넷 도박 주식회사’]
국내서 IT전문가 채용후 데려가…게임 개발-서버 관리-고객센터 운영
철저한 보안… 직원끼리 이름도 몰라, 9명 구속… 임원 5, 6명 인터폴 수배
판돈만 3조76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 조직은 정보기술(IT) 전문가 등 직원을 채용해 해외로 데려간 뒤, 게임개발 부서는 물론이고 고객센터까지 설치해 일반 기업처럼 운영해 왔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2007년 11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5년간 해외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카지노와 경정, 경륜 등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도박 개장)로 IT 총괄관리자 노모 씨(34) 등 9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이 밝힌 이 도박사이트의 매출은 어지간한 중소기업을 훌쩍 뛰어넘는다. 5년 동안 한국 도박꾼 7만5000명이 입금한 베팅 금액만 3조7600억 원. 같은 기간 도박 조직이 챙긴 수수료는 4700억 원에 달했다. 전체 조직원(80명) 수를 고려하면 한 명당 5년 동안 58억 원을 번 셈이다. 개인이 허가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설 도박을 개설해 이익을 본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회사 관리는 대기업 수준으로 치밀했다. 이들은 도주한 총책 이모 씨(51) 주도로 2009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에이스스타’라는 현지 법인을 만들었다. 한국의 채용정보 사이트에 “IT 기업 해외 근무자를 뽑는다”고 공고해 직원을 모은 뒤 도박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팀(22명)이나 400여 개 서버를 관리하는 시스템운영팀(9명), 고객센터 격인 상황팀(35명) 등에 나눠 근무시켰다.
에이스스타는 프놈펜 시내에 있는 8층짜리 빌딩 2채를 통째로 사무실로 쓰고 모든 직원에게 기숙사(미혼자)나 사택(기혼자)을 제공했다. 직원 월급은 200만∼4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실질적으로 도박사이트를 관리하다 구속된 노 씨는 21개월 동안 17억 원을 급여로 받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만약 정상적인 IT 기업이었다면 우수한 기업 운영 사례가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범죄 조직의 특성상 ‘회사 보안’을 철저하게 지켰다. 에이스스타의 모든 직원은 회사에서 나눠 준 휴대전화만 사용했고 함께 근무하는 직원 이름도 몰랐다.
경찰에 따르면 도주한 총책 이 씨는 ‘사장님’으로 통했다. 구속된 노 씨는 ‘정 이사’, 시스템 운영을 맡다 구속된 유모 씨(37)는 ‘윤 수석’으로 부르는 식이었다. 정석화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실장은 “한 명이 붙잡혔다가 나머지 조직원들이 줄줄이 검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방법”라며 “수사 과정에서 마주친 조직원들이 서로 얼굴은 알지만 이름을 모르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 외에 판돈 10억 원이 넘은 도박꾼 82명도 함께 입건했다. 가장 도박 규모가 컸던 사람은 휴대전화 판매업자 장모 씨(33)로 107억 원을 도박에 사용했다. 경찰은 해외로 도주한 총책 이 씨 등 에이스스타 임원 5, 6명을 인터폴에 수배해 추가 검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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