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기지개 켜자… 건설사들 ‘묵은지 분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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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류했던 사업 잇단 분양 재개… 일각선 공급과잉 부작용 우려

서울 강북의 재개발 지역인 강북구 미아4구역은 2012년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까지 진행했지만 지난 2년간 분양을 하지 않았다. 수도권 분양 시장의 침체로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시공사와 재개발 조합이 선뜻 분양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자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조합은 아껴두었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26일 본보기집을 연 미아4구역 ‘꿈의 숲 롯데캐슬’에는 3일간 3만여 명이 방문하고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까지 등장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자 건설사들이 경기 침체의 여파로 묵혀 두었던 알짜 분양 물량을 속속 시장에 꺼내놓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됐던 서울, 수도권의 분양 물량이 늘고 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SK건설이 공동 시공하는 서울 ‘왕십리뉴타운 3구역’도 우여곡절 끝에 연내 일반 분양을 시작하기로 건설사와 조합이 뜻을 모았다. 이 단지는 2009년 초 분양계획을 잡았지만 건설사와 조합 측이 예비비 및 분양가 협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면서 수차례 분양이 연기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경기가 나쁠 때는 건설사는 미분양을 우려해 분양가를 낮추려고 하고 조합은 추가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일반 분양가를 높이려고 하기 때문에 충돌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대림산업이 분양에 나서는 ‘아크로리버파크 2차’의 고층 일부 물량(전용 112m² 2채)이 역대 일반 분양가 중 최고가인 3.3m²당 4992만 원에 책정될 수 있었던 것도 분양 시장이 그만큼 살아났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묵혀 두었던 분양 물량이 대거 시장에 나오는 현상에 대해 그동안 줄었던 공급이 다시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시장 상황으로 회복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서울의 경우 2008년 이전만 해도 매년 3만5000채가 공급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화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2만 채대로 공급물량이 줄었다”며 “올해도 3만9000채가량이 공급될 예정이라 과거 수준을 회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역별로 분양 성적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인기가 없는 일부 지역에선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건설사#묵은지#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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