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언제 올지 모릅니다. 통일 후 20∼30년간 북한에 사회기반시설을 짓는 데 400조 원이 필요한데 남의 나라에 갑자기 투자해달라고 하면 도와주겠습니까.”
11일 출범한 공공펀드 공동투자협의체(CROSAPF)의 출범 배경을 묻는 질문에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64·사진)은 대뜸 통일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그는 “통일비용은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도 필요한 만큼 빌려주지는 않는다”며 “우리가 어떻게든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펀드 공동투자협의체는 공공펀드들이 자국 내 우수 투자 건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투자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소 규모 국부펀드인 KIC는 통일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협의체 구성을 주도했다. KIC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지난달 기준으로 756억 달러(약 78조6240억 원). 이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투자관리청(NBIM) 운용자산(8930억 달러)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안 사장은 5월부터 CROSAPF 출범 전까지 16개국 22개 기관을 방문해 협의체 참가를 설득했다. 그는 “세계 2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을 방문했을 때는 최고경영자(CEO)의 호의를 얻기 위해 한국의 덕수 장씨가 아랍(이슬람)계라고 소개하고 실제 덕수 장씨의 시조와 관련된 옛 문헌을 번역해 보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KIC는 협의체를 통해 공동투자를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안 사장은 “현재 영국 그린인베스트뱅크(GIB)와 공동투자 프로젝트를 갖고 있다”며 “선진국도 사회기반시설 투자가 필요한데 공항과 부두 관리는 한국이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사회기반시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호주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사장은 “현재 KIC는 한국투자공사법에 의해 위탁받은 자산을 외국에서 외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원화표시 자산에도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로부터 원화 자산을 위탁받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정부가 원화를 위탁하면 KIC는 원화를 국내 투자 용도로 쓸 수 있고 해외 국부펀드를 국내에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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