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창립한 동양증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1일부터 대만계 ‘유안타(元大)증권’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대만 자본의 진출에 이어 중국 본토자본도 한국 증권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등 중화권 자본이 국내 금융기관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양증권은 지난해 대규모 개인투자 피해를 불러온 동양그룹 사태를 거치면서 존폐의 위기를 겪었다. 동양그룹 계열사 정리 과정에서 대만 위탁영업 1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이 동양증권 인수 의사를 밝혔고, 5월 금융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8월 주주총회에서 새 사명을 유안타증권으로 확정했다.
대만 유안타증권은 대만 금융그룹인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元大金控)의 계열사로 대만 내 1위 증권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위탁영업과 증권자금대출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2004년 LG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한국시장에 관심을 가져오다 10년 만에 한국 진출에 성공했다.
대만 금융자본이 한국을 노리는 것은 동북아시아 전체로 사업 네트워크를 확대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대만은 시장이 좁고 증권사만 140여 개에 이르는 등 경쟁이 심해 레드오션이 됐다”며 “유안타의 한국시장 진출은 범중화권 전체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만 유안타증권 측도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양증권 인수로 대만-홍콩·선전-한국의 ‘골든트라이앵글’을 형성하게 됐다”며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본토자본도 한국 자본시장을 노리고 있다. 중국 푸싱(復星)그룹은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해 현재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푸싱그룹은 앞서 LIG손해보험, KDB생명 등 다른 한국 금융회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자본은 금융개혁과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해 최근 들어 해외 금융기관 인수 및 지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계 은행들은 지난해 15억1000만 달러 규모의 해외 금융회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한 데 이어 올해 2분기까지 10억9000만 달러 규모의 M&A를 진행했다. 2012년 중국 중신(中信)증권이 프랑스 대형은행 아시아 증권부문 자회사인 크레디리요네(CLSA) 증권을 인수하는 등 증권사들도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자본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은행 증권 신용평가사 등 해외 금융기관 매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한국 금융사도 중국에서 가깝고, 인재풀이 뛰어나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는 점에서 중국 자본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중화권 자본의 국내 시장 진입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화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양한 중국 투자 상품을 선보일 경우 국내영업에만 주력해 온 다른 증권사들에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안타증권은 ‘범중화권 특화상품’ 개발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가(RQFII) 한도를 가지고 있는 홍콩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상품화해 중국본토 채권형펀드를 선보였고, 유안타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업공개(IPO) 거래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안 연구위원은 “한국의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면서 점차 고위험 투자수요가 줄어들어 금융시장 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다”며 “중화권 자본과 경쟁하면서 중국 내수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면 한국 금융투자업계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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