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실적연동 성과급 도입… 복잡한 수당체계도 단순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일 03시 00분


현대車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는 올해 임금협상에 낙관적이었다. 2010년, 2011년 노사 협상을 무파업으로 이끈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노조위원장을 맡은 데다 올해는 임금협상만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통상임금에 대한 이견에 ‘노노(勞勞) 갈등’까지 빚으며 노사 간 협상이 가을까지 이어졌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달 29일 상견례를 시작한 지 119일 만에 마련한 잠정 합의안의 핵심은 ‘통상임금 노사합의 원칙’을 세운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신설해 내년 3월 말까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와 임금체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4만7000여 명으로 금속노조 조합원 약 15만 명의 30% 수준이다. 최근 기업별로 통상임금에 대한 상이한 법원 판결이 계속되면서 산업계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현대차가 임금 구조를 개편하면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현대차 노조 조합원 23명이 통상임금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산업계는 연말에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는 복잡한 수당 체계도 단순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기본급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대신에 수당을 덧붙여 노사 합의를 해왔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수당 항목은 100여 개에 이른다. 1인당 생산, 영업, 물류 등 직군에 따라 13∼15개의 수당을 적용받는다. 현대차는 “현재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체계로 간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개편 방법을 모두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잠정 합의안에서 기업의 성과와 연동되는 성과금 체계를 구축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성과금 지급 규모는 지난해 ‘350%, 500만 원’에서 ‘300%, 500만 원’으로 줄었다. 현대차 측은 “지난해 영업이익(개별 기준)이 전년 대비 13.6% 감소하는 등 어려워진 환경을 노사가 공감했다”며 “현대차 노조는 집행부가 교체될 때마다 매년 최대 성과 요구를 반복했으나 올해는 경영실적에 연동한 성과금 지급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조는 성과금과 격려금 등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약 2200만 원을 받게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본급 인상분(9만8000원)과 이에 따른 잔업·특근수당을 감안하면 조합원이 받는 금액은 약 27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잠정안이 1일 노조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면 자동차업계에서는 기아차만 남게 된다. 기아차는 9월 25일까지 21차례에 걸쳐 임·단협을 진행했다. 그러나 단협 사항 30여 개에 대해 노사 간 의견이 엇갈려 다음 교섭 날짜도 정하지 못했다.

한편 현대차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 내부에선 현대차가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마련한 데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율 자체가 낮아 마감 시한을 무기한 연장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을 하려면 전체 조합원(1만8000명)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한 조합원은 노조 게시판에서 “현대차도 올해 내수 판매 실적이 안 좋고 한전 부지까지 높은 가격에 인수하려는 판국에 현대중공업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높은 (임금 인상) 제시안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조합원은 “투표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지 않아 파업에 동력도 없는 상태다. 회사도 어려운데 뭐가 됐든 (노사가)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최예나 기자
#현대자동차#현대자동차 노사 임금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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