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최근 외부인 출입금지구역으로 운영해온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본사 실험실로 일부 기자들을 이례적으로 초청했다. ‘아이폰6 플러스’가 사람 손아귀 힘만으로도 쉽게 구부러진다는 ‘벤드게이트(bendgate)’ 논란 탓이다. 애플은 취재진 앞에서 아이폰을 수차례 구부리고 비트는 테스트 과정을 공개하면서 “아이폰6 시리즈를 일상생활에서 쓰는 데 전혀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아이폰6 플러스가 벤치마킹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4’는 과연 어느 정도의 품질 테스트를 거칠까. 답을 알아보기 위해 삼성전자 경기 수원디지털시티에 위치한 ‘신뢰성 연구소’를 1일 찾았다. 삼성전자는 이곳을 외부인 출입금지구역으로 운영한다.
○ 출시 전 마지막 관문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 휴대전화인 ‘SH-100’을 만들던 1988년부터 이 연구소를 운영해왔다. 이 2층짜리 연구동은 무선사업부 연구원들 사이에선 가장 긴장되는 공간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발이 끝난 제품이더라도 이곳에서 던지고 부수는 수백 가지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처음부터 보완작업을 거쳐야 한다”며 “실제 시장에 내놓을 준비가 됐는지를 점검하는 ‘졸업시험’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벽면에 걸린 플래카드부터 눈에 띄었다. ‘고객은!! 아무리 작은 실수도 용서하지 않는다.’
신뢰성시험그룹장인 이상규 상무의 책상은 곳곳이 움푹 팬 홈으로 가득했다. 이르면 이달 말 출시될 ‘갤럭시 노트 엣지’를 손에 들고 있던 그는 아무렇지 않게 폰을 책상에 내던졌다. 책상엔 홈이 새로 하나 더 파였지만 제품은 멀쩡했다. 이 상무는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지금처럼 책상 위에 떨어뜨리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그 책임을 최대한 소비자들에게 전가하지 않는 게 우리 연구소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출시 전 제품만을 테스트한다. 다만 이날은 취재를 위해 예외적으로 ‘갤럭시 노트4’ 6대를 실험에 사용했다.
○ 누르고 비틀고 떨어뜨리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1층의 ‘내구성실험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제품을 구부리고 누르고 비트는 실험들이 이뤄지는 곳이다. 대표적인 실험이 최근 벤드게이트를 계기로 논란이 되고 있는 휘어짐 테스트.
기계로 양끝을 고정시킨 갤럭시 노트4의 액정을 40kg가 넘는 힘을 실은 쇠막대기로 지그시 눌렀다. 제품은 가운데 부분이 활처럼 아래로 휘더니 쇠막대기에서 힘이 빠지는 순간 탄성에 의해 다시 원상 복구됐다. 액정 화면 등 외부 제품 상태나 내부 소프트웨어에도 문제가 없었다.
시험을 진행한 연구원은 “스마트폰에 40kg의 어린아이가 매달려도 제품이 파손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통상 성인 남성이 손으로 스마트폰 양끝을 쥐고 세게 휘면 연필 세 자루를 부러뜨리는 힘과 비슷한 20∼25kg의 힘이 스마트폰에 가해진다고 한다. 그 이상의 힘을 견뎠으니 일상적인 사용에는 제품이 쉽게 휘지 않는 게 확인된 셈이다. 애플은 같은 시험에서 25kg 정도의 힘을 사용했다고 한다.
‘인체하중시험’ 역시 회복력 실험이다. 스키니진을 입힌 사람 엉덩이 모형이 수차례 반복해 제품을 깔고 앉았다 일어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뒷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은 상태로 앉았을 때 어느 정도 휘어지는지를 보는 셈이다. 엉덩이 모형은 사람 살의 탄성과 뼈대까지 그대로 만들었다. 스키니진을 입힌 건 엉덩이 부분이 펑퍼짐한 디자인에 비해 몸에 딱 붙는 스키니진이 제품에 더 많은 힘을 주기 때문이다.
엉덩이에 깔린 갤럭시 노트4는 살짝 휘어졌다가 곧바로 원래 형태로 돌아왔다. 일반적으로 몸무게 80kg의 사람이 뒷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꽂고 앉았을 때 스마트폰에는 체중의 3분의 1의 하중(약 30kg)이 가해진다. 갤럭시 노트4는 최대 150kg의 몸무게도 버텨내는 걸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는 실험도 바닥의 종류와 떨어뜨리는 높이별로 수백 번씩 진행된다. 가장 어려운 테스트는 성인 남성 가슴 높이에서 돌판 위로 떨어뜨리는 실험이다. 돌의 표면이 완벽한 평면이 아니라 미세한 높낮이가 있는데 어느 모서리로 떨어지더라도 액정이 깨지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갤럭시 노트4와 갤럭시 노트 엣지의 경우 액정에 비해 메탈 프레임을 0.15∼0.20mm 더 높게 설계해 거친 돌 위에 정면으로 떨어지더라도 액정이 쉽게 깨지지 않는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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