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될까요” 문의 급증… 망설이던 수요자 움직이기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일 03시 00분


[살아나는 부동산 시장]본보 ‘주택시장 전망’ 30명 설문

“서울 강남 아파트는 지난달 이후 호가가 수천만 원이나 올랐네요. 너무 오른 것 같아 망설여지는데 지금 사도 될까요.”

“4인 가족이라 소형 아파트를 팔고 중형으로 갈아타려 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지금 갖고 있는 아파트가 더 오를 테니 기다리자고 하네요. 중형 아파트를 구입할 적기는 언제인가요.”

정부의 ‘9·1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자 인터넷 포털의 유명 부동산재테크 카페에는 이렇게 아파트 매수 시기를 묻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전국의 본보기집,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도 주택 구입 시점을 묻는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질문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대답은 “올해 안에 집을 사라”는 것이었다.

○ “컴백 홈, 집값 반등 기회 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효과에 따른 ‘약발’이 적어도 향후 1년 정도 유지되면서 집값을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9·1 부동산 대책’은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들과 달리 대출규제 완화, 재건축 완화 등 핵심을 찌르는 ‘돌직구 정책’이어서 앞으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회에 계류된 부동산 관련 법안만 제대로 통과된다면 지금이 집을 구입할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또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부동산 경기를 견인해온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쏠리면서 가격 상승세가 일반 아파트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중 80%는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전세금 상승세가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역대 최고치(69.5%)에 근접한 평균 69.2%를 기록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면 매매가에 육박하는 전세금을 내기보다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중 절반 이상(53.3%)은 정부의 대책 중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가 집값을 올리는 데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을 부담할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물론이고 투자자들의 수요까지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 지역 쏠림과 외부 리스크 경계해야

향후 집값 상승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과거와 같은 ‘장기 대세 상승’은 어렵고 지역별 쏠림 현상도 상당히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수의 전문가(76.6%)가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를 지역으로 서울의 ‘강남3구’를 꼽은 것은 지역별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가 집을 사기에 적기라고 지목한 전문가들도 단기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부동산 호황기 수준의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 가운데 비(非)수도권의 집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없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대전 부산 울산 광주 대구 등 최근 몇 년 새 집값 오름세가 가팔랐고, 아파트 신규 공급이 많았던 지역에서는 거품이 빠질 시기가 가까워졌다”고 경고했다. 지방의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는 2009년 3월에 2000년 이후 최저점인 150을 보인 뒤 계속 상승해 올 9월에는 202까지 올랐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이 향후 주택시장의 상승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도쿄 상하이 홍콩 등 동아시아 주요 도시들의 주택 가격은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할 때 0.3∼0.6% 오르지만 서울은 2.2%까지 상승할 정도로 집값이 거시경제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만 KDI 거시경제연구부 실물자산연구팀장은 “한국 경제가 내년까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택시장도 대체로 회복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지거나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쳐 주택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설문에 참가한 전문가 명단 (가나다순)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문주현 ㈜MDM·한국자산신탁 회장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연구위원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박환용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서경완 KDB산업은행 선임연구원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이남수 신한은행 서초PWM센터 PB팀장 이동현 하나은행 PB사업부 부동산전문위원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조만 한국개발연구원(KDI) 실물자산연구팀장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황규완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김현진 bright@donga.com·김현지 기자
#주택시장 전망 설문#부동산 매매#아파트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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