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李회장 심폐기능 등 안정적 상태… 이태원 자택에 의료용 승강기 설치
이재용號 5개월간 순항… 일단 합격, 英誌 “그의 겸손리더십 삼성에 필요”
올해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2)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으로 옮겨 치료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회장이 입원한 지 5개월이 가까워지면서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6)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유력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도 최근호에서 ‘승계를 기다리며(Waiting in the wings)’란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내보내는 등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 이 회장 인지능력은 아직 회복 안돼
삼성그룹은 3일 “이 회장 가족과 의료진이 재택 치료 방안을 검토함에 따라 최근 이 회장 자택에 삼성물산을 통해 의료용 승강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 자택에 있는 승강기 5대 가운데 1대를 의료용 승강기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승강기 설치 공사가) 퇴원할 상황에 대비한 조치이지만 정확한 퇴원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아직 사람을 알아보거나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인지 및 판단 능력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 회장은 누군가가 몸을 잡아주면 휠체어에 앉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의료진이 휠체어에 앉은 이 회장을 병실 안에서 조금씩 이동시키기도 한다.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도 좋아지고 있다.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길어진 데다 큰 소리가 나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면도 안정적으로 취하고 있고, 심폐 기능도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폐소생술(CPR), 심장 스텐트(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시술), 저체온 치료와 진정 치료 등을 연속적으로 받아야 했던 5월과 비교할 때 상태가 호전된 것이다.
○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에도 도움
이 회장의 건강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현재 삼성이 추진 중인 경영권 승계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가 많다. 계열사 간 합병, 비상장 회사의 상장 등 복잡한 업무를 무리하게 속도를 내서 진행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존재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안정성은 차원이 다르다”며 “이 회장이 안정적인 상태로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사업구조 개편 작업도 더욱 원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미 삼성은 이 부회장이 주요 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인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각각 11월과 12월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주식을 각각 11.25%와 25.1%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SDS 상장을 통해 벌게 될 차익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계열사인 제일모직 상장을 통해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차기 리더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이 회장을 이어 삼성그룹을 이끌 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 회장과 다른 점이 많다는 데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에 대해 “제왕 같은 경영 스타일을 지닌 아버지와 달리 다가설 수 있는 겸손한 (경영 스타일을 지닌) 사람”이라며 “(이 부회장의) 절제된 성격이 변덕스러운 기술 인재를 유치해야 하고 파트너들과도 잘 지내야 하는 삼성에 필요한 경영자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주로 큰 방향을 설정했던 이 회장과 달리 이 부회장은 중요한 업무는 직접 현장을 찾아서 챙기는 꼼꼼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특히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했을 땐 삼성전자 전시장이 마련된 신라호텔을 직접 찾아가 안내 과정과 전시 제품을 일일이 체크했다. 리허설도 수차례 직접 진행했다.
또 8월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진행 중인 애플과의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한 것과 ‘삼성동 한전 부지’ 입찰 경쟁 과정에서 ‘수익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지시한 건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경영 방식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이 부회장이 최근 5개월간 삼성을 안정적으로 이끌었지만,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7일 발표될 3분기(7∼9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와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지난해 3분기(10조160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조 원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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