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테스트드라이브 시즌2의 서른여섯 번째 주인공은 재규어 ‘XF 2.2d 럭셔리’다. 재규어라는 브랜드를 6000만원 이하(5990만원)의 가격으로 만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춘 엔트리급 모델이지만 재규어만의 독창적인 럭셔리함과 정숙성, 뛰어난 효율성은 여전히 빛을 발했다. 3명의 자동차 전문가들이 각각 서킷 한계 주행, 스포츠 주행, 일반 주행으로 입체 조명했다.
▶ 3D 입체평가
■ 한계주행
묵직한 가속페달, 편안한 가속 주행 핸들링 반응속도·제동능력 안정적
● 장순호 프로레이서
디젤 엔진을 장착한 재규어 XF 2.2d는 45.9kg·m라는 높은 최대토크 때문인지 3000RPM이 넘어가면 제원상의 200마력보다도 더 빠른 가속력을 체감할 수 있다. 정차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짧은 저단 기어비 때문에 가속의 부족함을 느끼기가 어려울 정도로 빠른 스피드를 보여준다. 자동변속기 차량이지만 엔진브레이크가 적절하게 잡아주고, 가속페달이 무겁게 들어가 액셀레이터 페달로 가속량을 조절하기가 편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코너링은 인상적이다. 핸들링시 적당한 회전량과 빠른 반응속도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차량 공차중량에 비해 타이어 사이드월이 약하기 때문에 핸들링을 빠르게 돌리거나 많이 돌릴 때 차량이 불안정하게 롤링이 생기면서 휘청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이 현상은 고속주행을 할 때 운전자가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승차감과 연비를 높여주는 대신 상대적으로 코너링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지만 공도주행에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고속주행 및 스포츠드라이빙을 즐긴다면 사이드월이 강한 고성능 타이어로 인치 업하는 것을 권장한다.
제동능력은 준수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빠르게 반응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제동이 된다. 페달을 밟는 압력도 괜찮고 유격도 적당히 있어 브레이킹 조정성이 매우 만족스럽다. 내구성 또한 한계 스피드로 자동차 전용 서킷을 계속 주행하여도 성능에 변화 없이 꾸준하게 제동력을 보여주었다. 단 하드 브레이킹을 할 때 하중이동의 정도에 따라서 타이어 슬립 현상이 잘 일어난다. 이 역시 차량 자체의 성능보다는 타이어 그립과 사이드월의 특성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차량의 특성을 이해하고 브레이크 페달을 조금 더 부드럽게 밟으면 더 정확한 브레이킹을 할 수 있다.
“가속페달이 무겁게 들어가 코스에서 액셀레이터 페달로 가속량을 조절하기가 무척 편안하다. 핸들링시 적당한 회전량과 빠른 반응속도도 만족스럽다.”
장순호=카레이서 경력 19년. ‘2010한국모터스포츠 대상’ 올해의 드라이버상 브론즈헬멧 수상. ‘2010 제네시스쿠페 챔피언십 클래스’ 챔피언. 현 EXR팀106 소속 드라이버
■ 스포츠주행
저RPM에도 빠르고 고른 가속감 연속 코너에도 안정적 주행 장점
● 김기홍 지피코리아 편집장
재규어 XF 2.2d의 첫 인상은 당황스러웠다. 맹수 같은 디자인에 55시리즈 17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것은 확실히 어색해 보인다. 차를 좌우로 흔들어보니 물컹한 느낌이 그대로 전달됐다. 마치 빙판 위에 있는 듯 자세도 반박자 늦게 잡혔다.
그렇게 큰 기대 없이 나선 시승이었는데, 산길 와인딩 로드로 들어선 재규어 XF 2.2d은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한숨은 탄성으로 바뀌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타이어에 가려있던 전자식 댐퍼는 이제야 내 무대를 찾았다는 듯 단단하게 변모했다. 연속코너에서 자세 전환이 빨랐다. 또, 기본 밸런스가 뛰어난 덕분에 코너의 시작부터 끝까지 꾸준하면서도 안정적인 자세로 돌아 나왔다.
가장 큰 재미는 S자 코너에서 나온다. 스티어링 휠을 빠르게 돌리는 재미와 XF의 경쾌한 핸들링은 강한 중독성을 지녔다. 강력한 턱힘으로 한 번 문 먹이를 놓치지 않는 야생의 재규어처럼 코너 하나하나 놓치는 법이 없었다.
직렬 4기통 2.2리터 디젤 엔진은 저RPM에서도 고른 가속감을 보였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은 오버부스트 기능을 갖춘 가변식 터보차저가 폭발적인 가속감으로 만회해준다.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2000rpm을 지나면 제대로 발동이 걸린다. 고속에서 속도를 높여가는 모습도 감탄을 자아낼 정도. 다만 4200rpm에서 자동변속 돼 회전 폭이 그리 넓지 않고, 3단부터는 가속이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아쉬웠다. 브레이크는 반응이 빠르고 밸런스도 좋다. 급 브레이크 시에도 엉덩이를 최대한 낮게 유지해 안정적이었다.
재규어 XF 2.2d은 시승 내내 묘한 정복감을 선사했다. 어떤 명령에도 흐트러짐 없이 복종하는 잘 길들여진 맹수를 조련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저 RPM에서도 빠르고 고른 가속감 인상적, 고속에서의 속도감도 감탄을 자아낸다. 맹수처럼 코너를 놓치지 않는 안정감도 갖췄다.”
김기홍=카트, 포뮬러 1800, 투어링카 등 다수의 자동차경주 대회 출전. 모터스포츠 전문 지피코리아(GPKOREA.COM) 편집장
■ 일반주행
재규어 모델 첫 6000원이하 파격적 가격 취향별 드라이브 컨트롤·연비 13.5km/l
● 원성열 스포츠동아 기자
재규어 XF 2.2d는 럭셔리 브랜드 재규어에서 최초로 선보인 6000만원대 모델이다. 기존 최저가 모델은 ‘XF 3.0D 럭셔리’로 7000만원을 웃돌았다. 엔진을 다운사이징해 가격을 낮춘 이유는 명확했다. BMW 520d, 벤츠 E클래스를 잡겠다는 의도다.
가격과 배기량은 낮아졌다지만 재규어는 재규어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숙성이다. 동급의 그 어떤 디젤 세단보다 조용했다. 특히 120km이상의 고속 주행시에는 풍절음 자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애프터 마켓에서 따로 돈을 들여 풍절음 저감을 위한 방음 시공을 한 차량들과 비슷한 수준의 정숙성을 자랑했다. 디젤 엔진의 소음이나 고속 주행시의 풍절음을 이만큼 잡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재규어라는 브랜드의 자존심은 살린 셈이다.
다음 포인트는 주행 성능이다. 3.0터보 디젤과 2.2터보 디젤의 차이는 물론 명확하다. 제로백은 7.1초에서 8.5초로 1.4초나 느려졌다. 게다가 1825kg라는 다소 무거운 공차중량 때문에 코너주행 중 순간 가속을 하면 조금 둔하게 움직이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주로 사용하는 2000rpm에서 최대토크인 45.9kg·m이 발휘되는 특성 때문에 저속 영역에서의 순발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묵직한 주행 안정감도 인상적이다. 코너에서 핸들을 돌리면 묵직한 느낌으로 무겁게 돌아나간다. 이런 특성은 고속주행과 코너링 시 운전자에게 심리적으로 높은 안정감을 준다. 고급 세단이 갖춰야 할 덕목은 잊지 않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재규어 드라이브 컨트롤이 장착되어 취향에 맞는 운전이 가능하고, 13.5km/l라는 준수한 수준의 복합 연비를 지녔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재규어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은 고급스러운 실내외 디자인의 만족도 역시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마치 별도의 방음 튜닝을 한 듯한 뛰어난 정숙성이 인상적이다.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정숙성에 대한 만족도는 더욱 커진다.”
원성열=스포츠동아 자동차 담당 기자. 한국자동차경주협회 C라이센스 드라이버
● 서킷 특징 = 중저속 코너로 이루어져 있으며 헤어핀코너와 S자 연속코너가 많아 차량의 코너링 성능에 따라 기록 차이가 많이 나는 서킷이다. 서킷 길이 1바퀴=3km. 전체 코너는 9개(헤어핀 2개, S코너 2개, 고속 코너 2개, 저속 코너 3개). ● 테스트 날짜 : 8월24일 날씨 : 맑음 온도 : 영상 28도 서킷 테스트 시간 : 오전 11시
■ 재규어 XF 2.2d 럭셔리 주요 제원
배기량 : 2179cc 연료 : 디젤 변속기 : 자동 8단 최고출력 : 200마력(3500rpm) 최대 토크 : 45.9kg·m(2000rpm) 구동방식 : 전륜구동 엔진 : i4 터보 디젤 연비 : 13.5km/l(복합연비 기준) 가격 : 5990만원(VAT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