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차원의 근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사금융의 원천으로 꼽히는 불법 대부광고로 인한 피해는 1년 새 6배로 늘었으며 대출사기로 인한 피해금액은 올해 상반기(1∼6월)에 415억 원을 넘어섰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할 길이 막힌 서민층이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지만 이를 구제하고 소비자 피해를 막아야 할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월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설치 이후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상담 및 피해신고는 23만5461건으로 집계됐다. 2012년 8만5964건에서 지난해에 8만1158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올 들어서는 8월까지 6만8339건이 접수돼 피해신고가 다시 늘고 있다.
약 2년 6개월 동안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유형은 단순 제도상담(10만400건)을 제외하면 대출사기에 따른 피해가 6만1344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출사기로 인한 피해금액은 2012년 361억 원에서 지난해 876억 원으로 143%나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415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어 불법 대부광고(3만821건), 피싱 사기(1만4550건), 채권 추심(1만849건)으로 인한 피해가 뒤를 이었다. 특히 불법 대부광고로 인한 피해신고는 2012년 2587건에서 지난해 1만6519건으로 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8월까지 1만1715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불법 대부광고나 대출사기 등 불법사금융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즉시 중단시키는 ‘신속이용정지제도’가 올 2월 도입돼 8월 말까지 7385개의 전화번호가 정지됐지만 불법 대부광고로 인한 피해는 줄어들지 않은 셈이다.
대출사기, 피싱 사기 등 각종 금융사기의 ‘숙주’ 역할을 하는 대포통장(타인 명의의 통장)으로 인한 피해도 갈수록 늘고 있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금융회사에서 발급된 대포통장은 1만1082건이며 피해금액은 872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8157건, 482억 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김정훈 의원은 “금융당국의 불법사금융 대책과 예방 홍보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홍보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저소득층의 가계부채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고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는 금융 취약계층이 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40%에 해당하는 2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10년 101.8%에서 지난해 128.4%로 높아졌다. 지난해 105% 안팎인 다른 소득계층보다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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