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아 다르고 어 다른’ 人事평가 표현, 不信 줄이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어떤 회사에서 직원들의 연간 업무 성과를 평가했다. A라는 직원은 연초 정해진 업무 목표에 11% 미달하는 성과를 냈고 B라는 직원의 성과는 목표에 20% 부족했다. 그런데 평가 후 정해진 두 직원의 성과급은 비슷했다. A 직원이 사장에게 항의했다. “사장님, B 직원의 목표 미달률이 저보다 2배 가까이 높은데, 왜 성과급은 저와 같게 받습니까?” 사장이 답했다. “자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네는 목표의 89%, B 직원은 80%를 달성했으니 둘 다 80%대로 같은 범위 아니겠는가.”

직장에서 조직생활을 하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1년에 1, 2회씩은 인사 평가를 받는다. 업무평가는 연봉과 성과급, 또 승진 점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누구나 민감하게 생각한다. 제대로 된 회사라면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세우려 노력하기 마련이다. 근래에는 개개인의 성과가 외부 요소에 의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다면 평가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위의 사례와 같이 직원들이 체감하는 공정성은 여전히 그리 높지 않다.

최근 홍콩대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기업이 아무리 데이터에 근거해 인사 평가 결과를 제시해도 그 표현 방식에 따라 직원들의 불만도가 달라졌다. 특히 숫자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했다. 좋은 성과가 작은 숫자로, 나쁜 성과는 큰 숫자로 표시될 때 불공정한 평가라는 의심이 높았다. 예를 들어 ‘목표 97% 달성’이라고 하면 될 것을 ‘목표 3% 미달’이라고 표현하면 평가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반대로 ‘지각률 5%’라고 하면 될 것을 ‘정시출근율 95%’라고 하는 것도 역효과를 가져왔다.

그동안 기업들은 공정한 업무평가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것을 직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업무평가는 회사와 직원 쌍방이 소통하는 기회다. 직원이 수긍하지 못하는 평가는 무용지물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