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 8400만 원,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본사, 지난해 매출 34조1985억 원의 탄탄한 대기업.
현대모비스의 근무 여건이다.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같은 시기엔 이런 회사에 근무한다는 것만으로도 소원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왜 상사는 날 인정해주지 않을까’ ‘일이 적성에 맞는 걸까’ ‘우리 집 애가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 ‘군대식 조직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다’ 등 주변에 털어놓기 어려운 개인적인 고충은 이곳에도 있다. 현대모비스가 7월 정규직 심리상담사 2명을 채용해 본사에 직원 전용 심리 상담실 ‘힐링샘’을 마련한 이유다. 쉬어가며 치유받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14일 33m2 규모의 힐링샘에 들어서니 한층 밝은 조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흘러나오는 이루마의 연주곡, 하늘색 벽지, 풀색 냉장고, 흰색 책꽂이 등이 편안한 느낌을 줬다. 이곳에선 직원들이 근무시간 중 편한 시간에 들러 30∼50분씩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9월 말까지 상담 건수는 100여 건에 이른다. 상담 시작 전에 1시간 30분을 들이면 성격검사, 다면적 인성검사 등도 미리 해볼 수 있다. 개인클리닉을 찾으면 상담 한 번에 10만∼15만 원이 들지만 이곳은 공짜다.
이지연 상담실장은 “이곳 직원들은 주변에서 ‘번듯한 대기업 다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말하니 스트레스를 표출할 기회가 오히려 없었다”며 “상담을 받으러 오는 이들은 문제가 있다기보다 자기 탐색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힐링샘을 방문하는 이들의 90%는 사원과 대리급이다. 이 실장은 “젊은층은 회사 또는 조직과 내가 과연 잘 맞는지를 주로 고민하는 반면 간부급들은 승진 누락에 대한 좌절감이나 자신의 역량에 대한 압박감, 자녀와의 소원한 관계 등을 주로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상담 사실 등은 비밀이 보장된다. 다만 성희롱과 같이 인사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면 인사팀과 논의해 해결 방법을 찾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본사뿐 아니라 7월부터 기술연구소에 심리상담실 ‘두드림’을 1주에 한 번씩 열고 있다. 12월부터는 충북 진천공장에서도 생산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1주에 한 번씩 상담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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