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행사인 ‘가전전시회(CES)’가 중국에서도 열립니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 가전협회(CEA)는 내년 5월 26∼27일 중국 상하이(上海)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인터내셔널 CES 아시아’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습니다. 이른바 ‘세계 3대 전자제품 전시회(CES, 월드모바일콩그레스·MWC, 유럽 가전전시회·IFA)’의 아시아 시장 특화 행사가 처음 생긴 것이죠.
국내외 전자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의 빠른 성장 속도와 하이센스, TCL, 하이얼, 화웨이 등 중국 전자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을 CEA가 반영한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을 글로벌 전자업계의 ‘짝퉁 시장’이 아닌 ‘테스트베드’로 키우고 싶어 하는 중국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CEA에 따르면 성인 기준 중국 소비자의 연간 가전제품 구매 규모는 평균 917달러(약 97만5000원)로 483달러(약 51만3000원)인 미국 소비자보다 큽니다. 또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과 브랜드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중국 업체들은 기존 제품군은 물론이고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도 신제품을 내놓으며 ‘위협적인 추격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이한 건 CES 아시아의 후원 또는 참가 기업 명단에 인텔, IBM, 아마존 같은 미국 기업들은 있지만 한국 기업 이름은 아직 없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참가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LG전자는 참가를 안 한다는 방침입니다. 두 회사 모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본행사와 얼마나 차별화된 행사가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대형 전시회에서 신제품을 공개할 때마다 중국 기업들의 ‘카피캣(모방꾼)’ 행태를 경험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굳이 또 한 번의 ‘베끼기 기회’를 중국 기업들에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CES 아시아 참가에 소극적이라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적극적인 참가 없이 CES 아시아가 국제적인 위상을 갖춘 전시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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