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회장 선출 ‘막판 변수’ 촉각
이사회 표심 맞설때 캐스팅보트… 李의장 “내부출신이 조직 잘 추슬러”
KB금융 출신 후보 지지 시사… 내부선 “심층면접이 당락 가를것”
입원 중인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사진)이 차기 회장 선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참석은 막바지에 이른 KB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장은 20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컨디션을 봐서 22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조직이든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조직을 추스르는 일은 조직을 잘 아는 내부 출신이 잘한다”고 말했다.
현재 KB금융 회장 후보는 김기홍 전 국민은행 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 4명으로 압축됐으며 이 중 하 행장을 제외한 3명은 모두 KB금융 출신으로 분류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장의 발언은 KB 출신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의장은 지난달 19일 김영진 회추위원장에게 의장 직무대행을 맡긴 이후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 간여하지 않았다. 그는 이후 무릎 수술을 받아 입원 중이지만 지팡이를 짚으면 거동할 수 있는 상태다. 주목할 점은 KB금융 이사회에서 이 의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다. 75세로 다른 사외이사들보다 연배가 높고 대부분의 이사들이 그의 서울대 상대 후배다.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이 의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만큼 ‘의장대행’을 지명하면서도 의장직을 완전히 넘기진 않았다”며 “입원할 때도 한 달이 당초 예정된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22일 열릴 회추위에서 전체 재적위원 9명 중 3분의 2인 6명의 지지를 받는 득표자가 나오면 차기 회장이 바로 결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6표를 받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최저득표자를 한 명씩 탈락시키는 결선투표를 반복한다. 최종 투표에서 이 의장을 제외한 의견이 4 대 4, 또는 5 대 3으로 팽팽히 맞서면 이 의장의 표가 회장직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두 명만 남는 최종 투표가 성사된다면 외부 출신인 하 행장과 내부 출신 후보 1인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상황이 이렇지만 사외이사들이 내부 출신 후보를 선뜻 지명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의 월권 논란이다. KB국민은행 노조는 회장 선출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등 외부 인사들에게 “후보 지원을 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후에도 하 행장을 겨냥해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하는 등 회장 선출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만약 회추위가 노조의 요구에 굴복해 내부 인사를 뽑는 듯한 모양새가 되면 사외이사들은 ‘관치(官治)’와 ‘노치(勞治)’로 곪은 KB금융의 개혁을 등졌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내부 출신으로 분류된 3명의 후보는 지금까지 하 행장에 비해 향후 인력 및 점포 구조조정에 대해 소극적인 견해를 밝혀 왔다.
게다가 후보자들의 경력을 깊이 들여다보면 내·외부 출신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홍 윤종규 지동현 후보 모두 외부에서 경력을 쌓다가 2002년 이후에 KB금융에 발을 들여놨다. 이전 경력도 각각 교수, 회계사, 연구원 등으로 출발점이 ‘뱅커’는 아니다. 이런 점 때문에 ‘순수 외부 후보’인 하 행장이 국민·주택 출신 간의 ‘채널 갈등’에서 자유롭다는 게 강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 관계자는 “결국 출신성분보다 선출 당일에 있을 90분간의 심층면접이 당락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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