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3년 새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주식시장이 오랜 기간 박스권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대형주들의 주가도 맥을 추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21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직접 투자 규모는 총 57억7623만 달러(약 6조650억 원)로 집계됐다. 2011년 연간 해외주식 투자 금액인 30억6562만 달러(3조2200억 원)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월 1일∼10월 21일)의 해외주식 투자금액(45억3597만 달러)과 비교하면 27.3%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미주 지역에 대한 투자금액이 가장 많았다.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미주지역에서 38억4867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중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지역에는 총 14억7730만 달러를, 유럽 및 아프리카 지역에는 4억1085만 달러를 각각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환종 NH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보다 안정화된 선진국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굳이 국내 기업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투자 대상이 한층 다변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에 투자하려면 국내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 증권사 종합계좌를 개설하고 외화증권 거래 약정을 하면 된다. 전화로 주식 매매를 요청하거나 해외투자 전용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매매할 수도 있다. 외화뿐 아니라 원화로도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원화 거래를 할 때는 HTS에서 직접 환전하거나 증권사 지점, 해외주식 담당자에게 환전을 요청해야 한다.
조만간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을 연결하는 ‘후강퉁(호港通) 제도’가 시행되면 해외주식 투자 열기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중국 본토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해외 주식거래를 위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17일부터 상하이A주에 대한 시세조회 서비스를 시작했고, 후강퉁 시행 시점에 맞춰 매매시스템도 열 예정이다. 현대증권은 해외주식 전용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해외투자플러스’를 출시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식 투자의 분리과세를 노린 거액 자산가나 적격 외국인 투자자 신청조건을 갖추지 못했던 자산운용 기관들의 중국 본토시장 진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주식투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해외시장과 주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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