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개막한 ‘2014 소재부품 산업주간’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참여업체들의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140개 기업과 13개 기관이 전시에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24일까지 이어진다. 고양=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22일 국내 최대 규모의 소재부품 산업 행사인 ‘2014 소재부품 산업주간’이 열린 경기 고양시의 킨텍스 제2전시장. 소재부품 기업의 수출을 위해 마련된 상담 코너에서 중국 업체 바이어들이 한창 상담을 하고 있었다. 한 중국인 바이어는 “한국 업체는 자동화 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가격이 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 안에는 웨딩드레스와 액세서리, 의료기기와 자동차·조선부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국내의 소재전문기업인 벤텍스가 만든 아웃도어용 옷감은 일반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이 회사가 개발한 특수 섬유는 빛을 열로 바꿔준다. 하지만 가격은 구스다운의 10분의 1 수준으로 고가의 오리털 외투보다 훨씬 싸게 겨울철 외투를 만들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국내 소재부품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커가고 있다. 소재부품 산업은 석유화학부터 반도체, 자동차·전자부품 등으로 한국 기업들은 완제품을 팔아도 여기에 들어가는 소재부품의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다음 달 말경이면 소재부품 산업의 올해 국내 무역흑자는 1000억 달러(약 105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다. 국내 소재부품 산업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벗어나 첫 무역흑자를 기록한 1997년 이후 17년 만의 성과다.
○ 빠르게 성장한 국내 소재부품 업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완제품의 조립생산 능력이 평준화되면서 소재부품 산업은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TV나 모바일기기 등 소비자가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지만 도레이나 무라타제작소 등의 제조업체들이 최근 역대 최대 실적을 발휘하는 것도 소재부품 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 부품업체들은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공급계약을 하기도 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인 우신시스템은 볼보에 공장 생산설비를 공급하는 1000만 달러 규모의 사업계약을 체결했다.
또 다른 부품업체인 광진기계는 좁은 공간에서 차 문을 열 때 장애물에 부딪치지 않는 센서를 공개했다. 차량 앞에 물체가 있을 때 문을 열면 차 문이 갑자기 뻑뻑해져 차 문이 부딪치는 걸 방지해준다.
이 회사의 정배훈 부장은 “센서가 디자인을 망치는 것이 이 기술의 문제였는데 최근 스마트키 센서부와 통합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폴크스바겐에 납품하기 위해 독일업체와 경쟁 중”이라고 말했다.
○ “핵심기술 없으면 중국에 따라잡힐 수도”
한국 소재부품 산업이 양적으론 빠르게 성장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일부 수출기업의 성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현대자동차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동차 종합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의 수출물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 매출(약 34조 원) 중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공급한 물량은 10% 미만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는 현대·기아차가 흔들리면 동시에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소재부품 산업이 대규모 장치산업에 필요한 분야에서만 성장해 기술력이 바탕이 된 소규모 제품군에서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완제품뿐 아니라 소재부품 분야에서도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 3분기(7∼9월)까지 부품소재 분야에서 일본 의존도는 점차 줄고 있지만 대중 소재·부품 의존도는 34.1%로 증가 추세다. 전자부품과 화학제품에서 중국산이 일본산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라는 전략을 세우고 5년 이내에 핵심부품과 신소재 자국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현수 KOTRA 글로벌파트너링팀 과장은 “한국 업체들이 부품소재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한 게 아니기 때문에 중국이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훈 산업연구원 소재생활친화산업팀장은 “소재부품 산업이 한국경제의 진정한 먹을거리가 되려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특허를 늘려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고부가가치의 소규모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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