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수소 충전소 8년내 900개 설치”… 日 전기차 충전소 5000개 5년 앞당겨
한국, 5000개 계획 슬그머니 없애
4700개 vs 2129개 vs 177개.
순서대로 독일(지난해 말 기준), 일본(올해 10월), 한국(올해 6월)에서 공공장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개수다. 독일이 한국보다 26배, 일본은 12배 많다.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가쓰카 세이치(永塚誠一) 일본자동차산업협회부회장은 “일본 정부는 당초 공공장소의 전기차 충전소를 2020년까지 5000개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2015년 3월이면 6000개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17년까지 60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3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자동차산업협회(OICA)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 독일, 미국, 중국 등 각 자동차 제조국의 자동차산업협회들은 자국의 친환경차 로드맵을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도요타가 내년 1분기(1∼3월) 수소연료전지차를 선보이기 전에 수소충전소 100개를 4개 도시와 고속도로 주변에 설치하기로 했다.
독일은 향후 8년 내에 수소연료차 충전소를 900개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메티아스 비스만 독일자동차산업협회장은 “자동차회사와 보쉬, 콘티넨탈 등 독일 자동차 산업계는 올해에만 150억 유로를 차세대(친환경) 엔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고 소개했다.
세계 1, 2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도 친환경차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생산 능력이 2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리아 버키스트 미국자동차산업연합(AAM) 부회장은 “캘리포니아 주와 워싱턴 주는 친환경차 운전자에게 전용도로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에선 7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발표된 ‘전기차 충전소 5000개 프로젝트’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산업통상자원부가 225억 원, 한국전력과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약 10개사가 225억 원 등 총 450억 원을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든 뒤 3년간 전기차 유료 충전소 5000여 개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소 및 보조금과 관련한 환경부 예산이 늘었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지 못하게 했다.
현재 국내에 있는 수소충전소는 13개지만 민간이 사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2곳뿐이다. 현대차가 세계 처음으로 수소차를 양산했지만 수소차가 달릴 환경은 갖추지 못한 셈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선 정부가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시범사업 등을 통해 적극 대처하지만 한국은 예산과 수요 등을 고려하면서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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