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패션 시장을 조망하는 ‘2015 봄·여름(SS) 서울패션위크’가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 패션 축제로 거듭났다는 호평 속에 지난주 막을 내렸다. 실제로 올가을에는 역대 최대인 200여 명의 해외 바이어와 영국 출신의 톱모델 에마 밀러 등 세계적인 패션 관계자들이 찾아와 행사를 빛냈다.
기자가 행사 장소인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들렀을 때도 서울패션위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껏 차려입은 사람들이 패션쇼장 앞에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행사 주관사인 서울디자인재단의 백종원 대표는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패션쇼의 수준뿐 아니라 실제 바이어들의 수주 실적도 좋아졌다”며 “파리, 뉴욕, 밀라노, 런던에 이어 세계 5대 패션위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살펴본 내년 봄·여름 패션 트렌드를 정리해 봤다.
○ 가벼워진 모델의 발걸음
여느 패션 행사와 달리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는 넘어지는 모델이 없었다. 굽이 없는 ‘스포츠 샌들’이나 낮은 굽이 앞축에서 뒤축까지 이어지는 ‘플랫폼 샌들’이 대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스타들이 좋아하는 디자이너로 꼽히는 정혁서와 배승연의 ‘스티브J&요니P’ 무대에 선 모델들 역시 굽이 낮은 단화 스타일의 신발을 신고 나왔다. 스티브J&요니P는 14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벽화로 꾸며진 무대 위에 고전적 리본 및 러플 장식과 21세기 분위기의 벽화낙서(그라피티) 프린트가 조화를 이룬 의상을 선보였다. 이 옷들의 컬러는 로맨틱한 핑크와 옐로, 블루 등 화사한 색감이 주를 이뤘고, 내년 봄에도 파스텔톤이 유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 작품의 재해석을 주제로 한 패션쇼를 선보인 디자이너 박승건은 차분하고 현대적인 패션을 제안했다. 그의 의상들은 헐렁한 검정 바지에 어깨 부분만 잘라낸 재킷, 흰색 단화를 매치해 중성적인 매력을 뽐냈다.
디자이너 송지오는 깔끔한 정장에 스포티한 샌들을 신는 믹스&매치(이질적인 요소를 섞어 입는 것) 스타일을 선보였다.
○ 밝은 화이트톤이 대세
또 내년 봄여름에는 거리에서 블랙보다는 화이트 색상을, 치마보다는 바지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는 많은 디자이너가 메인 컬러로 화이트를 택했다. 또 유행이 지나간 것으로 여겨졌던 ‘바지정장 세트’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디자이너 송자인의 ‘제인 송’은 ‘꿈결 같은 일요일’을 주제로 볕에 바짝 말린 듯한 하얀 면 소재와 너울거리는 레이스 소재를 메인으로 내세웠다.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와 화려한 빨강 바지정장도 돋보였다는 평이다.
부부 디자이너 김석원과 윤원정의 ‘앤디앤뎁’은 세일러 칼라의 화이트 점프수트(상의와 바지가 이어진 옷)로 대표되는, 편안하게 떨어지는 라인으로 화제가 됐다. 앤디앤뎁은 지중해의 섬으로 항해에 나선 것 같은 이국적인 리조트룩을 주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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