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외국 손해보험사 인수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9일 03시 00분


이재용 부회장 ‘금융 플랜’ 가시화

《 삼성그룹이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 현지 손해보험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계에서는 금융 사업에 관심이 많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금융 플랜’이 가시화된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28일 “국내 금융 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삼성화재와 삼성자산운용, 삼성카드 등 삼성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적당한 인수합병(M&A) 카드를 알아보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

삼성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외국 손해보험사 인수와 관련해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문의해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현지화 벽 넘기 위해 인수합병 카드 모색


그동안 국내 보험사들은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법인이나 지점을 세우는 방식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국가별로 규제가 워낙 다양하고 복잡한 데다 외국 금융사에 대한 텃세도 적지 않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이 해외 손보사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외에 이미 네트워크 및 고객사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현지 업체를 사들여 ‘현지화의 벽’을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그룹 수익 구조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이 부회장의 의지도 이번 인수 추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삼성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금융사들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이 부회장이 최근 금융 계열사 사장들과 자주 독대하며 다양한 실적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막대한 관심을 보였다면 이 부회장은 그보다는 금융 및 부동산 사업에 개인적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27일 외국 손보사 사장들을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으로 초청해 만찬을 벌인 것 역시 금융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 이르면 오늘 삼성생명-화재 지분인수 승인

이 부회장은 이르면 29일 아버지에 이어 삼성 오너 일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도 갖게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자산운용 지분 7.70%를 매각한 대금 252억 원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0.1%씩 인수하기 위해 올해 8월 금융감독 당국에 법적 승인을 요청했다.

재계에서는 올해 초 삼성이 금융 계열사 간 대대적인 지분 주고받기를 벌였던 것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목적이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삼성은 5월 삼성증권과 삼성중공업, 삼성화재 등 여러 계열사에서 나눠 갖고 있던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100% 삼성생명에 몰아줘 지분구조를 단순화했다.

이때 이 부회장도 자신의 지분을 삼성생명에 넘겼다. 현재 삼성생명 최대주주는 이 회장(20.76%)으로 이 부회장이 이번에 취득하는 지분은 소수이지만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지분 확보를 기점으로 꾸준히 지배력을 키워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0.1%씩을 제외한 금융 계열사 주식을 추가로 더 취득할 계획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최근 각 계열사에 실적 악화에 따른 비용 절감 및 수익성 개선 방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이 아버지의 장기 공백에 따른 대내외 불안감을 해소하고 그룹을 총괄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그룹 내부에서 나온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외국 손해보험사#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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