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에 단층이 지나가 지층이 불안정하다는데 정말 안전한가.”(경북 경주시 황성동 김수철 씨)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권고한 기준을 잘 따라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했다.”(앤드루 오렐 IAEA 폐기물환경안전국장)
28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방사성폐기물 안전 국제심포지엄’에서 지역 주민과 해외 전문가들은 방폐장의 본격 운영을 앞두고 안전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방폐장 운영기관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개최한 이날 행사에서 주민들은 최근 환경단체 등이 제기하고 있는 안전 관련 문제를 전문가들에게 집중적으로 물었다.
원자력발전소 부품, 원전 작업자 옷 등 중저준위 방폐물을 매립 처리하는 경주 방폐장은 2008년 8월 착공해 6년간의 공사를 끝낸 상황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허가 절차만 남아 정부가 부지 선정 작업에 착수한 지 28년 만인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1∼6월) 중 가동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오렐 국장은 미국 샌디아 국립 원자력연구소에서 25년간 연구원으로 일한 뒤 올해부터 IAEA에서 폐기물 관련 안전기술 및 전략수립을 맡은 방폐물 전문가다. 그는 심포지엄 참석 전에 방폐장 시설을 둘러본 뒤 “방사능이 많이 배출되는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해도 될 만큼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오렐 국장은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에 주민들을 적극 참여시켰고 부지 조사 및 평가도 공정하게 진행했다”며 “처분장 내에 다중 방어벽을 설치해 안전성도 충분히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설을 갖춘다고 폐기물 처리가 끝나는 게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들이 방폐장을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투명한 운영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가한 한 주민은 환경단체의 주장을 인용해 “방폐장 벽면에 젖은 부분이 있는데 혹시 지하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핀란드의 원자력 컨설팅사인 S&R의 안티 이코넨 수석디자이너는 핀란드의 방폐장 설계에 참여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핀란드 방폐장에도 지하 벽에 지하수가 흐르고 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경주 방폐장은 핀란드 시설을 모델로 삼아 건설됐다. 그는 이어 “정부와 운영기관이 신뢰도를 얻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핀란드의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정부 규제기관인 방사능원자력안전청(STUK)에 대해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프랑스 국립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의 제랄드 우주니앙 국제협력국장도 “프랑스는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정보를 공개하고 매월 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다”며 “연간 1만 명 이상이 방폐물 관련 시설을 방문해 방폐장 관리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인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경주 방폐장은 안전에 있어 한 치의 양보 없이 만든 시설”이라며 “방폐장을 향후 경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랜드마크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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