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기게 사측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던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 테이블에 나서기로 했다. 외환 노조가 ‘조기통합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조기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그룹은 29일 이사회를 열어 두 은행의 통합을 의결하고 금융당국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7 합의서 대상자인 하나금융그룹 측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원한다”며 “대화를 공식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그룹은 “노조 측의 대화 제의를 환영한다”며 “어려운 금융환경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양행 통합을 통한 금융 발전을 위해 뜻을 같이하자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7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조기 통합 필요성을 처음 거론한 이후 줄곧 사측과의 대화를 거부해 왔다. 외환은행 경영진과 하나금융그룹 측이 수차례 공문을 보내거나 노조 사무실을 찾는 등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조기통합은 5년간의 독립경영을 약속한 2·17합의 위반”이라며 대화 자체를 거부해 왔다.
이날 노조 측의 대화 제의는 외환은행 사측의 직원 징계 경감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3일 노조가 개최하려다 무산된 임시 조합원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무단으로 영업장을 이탈한 900명을 징계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27일 이 가운데 862명은 징계하지 않기로 하고 핵심 가담자 38명에 대해서만 징계를 확정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당초 면직 등 징계 처분이 예정돼 있었지만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조기 통합에 대한 직원들과의 대화와 화합 등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대폭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 경영진이 계획보다 징계 강도와 범위를 축소한 것에 맞춰 노조도 통 큰 결단을 내려 대화의 장에서 조기 통합을 포함해 모든 것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2·17합의에 따라 5년간의 독립경영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사측과의 대화에 따라서 통합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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