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쓸쓸한 저축의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9일 03시 00분


저금리 기조 확산에 열기 시들
51회 기념식… 유공자 91명 포상

1964년 제정된 ‘저축의 날’이 28일로 51회째를 맞았다. 하지만 경제 환경의 변화로 가계는 예전처럼 저축을 꾸준히 하기 쉽지 않고, 이에 대한 정부나 금융사들의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저축의 날’ 행사를 열고 훈장 1명, 포장 3명, 대통령 표창 6명 등 총 91명에게 저축 유공자 상을 수여했다. 평소 저축을 생활화한 배우 김희애 씨와 방송인 서경석 씨가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아나운서 백승주, 방송인 변정수 씨(이상 국무총리 표창), 야구선수 장원삼, 가수 김흥국 씨(이상 금융위원장 표창)도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저축의 날’ 행사는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부 공식행사로 매년 열리지만 최근 들어서는 저성장·저금리 등 경제여건의 변화, 경제 정책의 방향 전환에 따라 그 열기가 시들해졌다. 과거 고도성장기 때는 저축만 열심히 해도 높은 이자를 받아 집까지 장만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실질금리가 떨어지면서 “저축할수록 손해”라는 말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순저축률은 1991년 24.2%에 달했지만 2000년에 한 자릿수(8.6%)로 떨어진 뒤 지난해는 4.5%에 머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0위권 밖으로 하위권에 처져 있다.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는 우선 저금리 기조가 확산되면서 은행에 돈을 맡길 유인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꼽힌다. 가계가 돈을 저축할 여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연간 5% 안팎에 머무는 데 반해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예금은커녕 대출금을 갚기에 급급한 상황이 됐다. 또 과거 예금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금융회사들도 요즘은 예대마진이 줄어들면서 가계나 기업의 예금 유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저축의 날’의 명칭이나 성격을 달라진 현실에 맞춰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저축의 날 정신’을 다가오는 ‘100세 시대’에 맞게 계승·발전시켜 국민들의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저축상품 개발, 퇴직연금의 수익성 제고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저축의 날#저금리#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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