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뷰]富의 재분배 앞세운 泰세제개혁, 대다수 국민이 반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김정규KTB투자증권 태국법인 대표
김정규
KTB투자증권 태국법인 대표
최근 태국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기사 제목이 있다. 바로 ‘세제 개혁’이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이끄는 군사정부가 태국 사회에 만연한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고 부의 재분배 및 세수 확대를 위해 세제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재무부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가 내년 초 시행을 목표로 마련한 일련의 세제 개혁 법안을 국가 입법회의(NLA)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제 개혁 중심에는 고정자산세 인상과 상속세 및 증여세 도입이 있다. 현 정부가 보유 자산에 대한 세제 개편을 전격적으로 단행하기로 한 것은 태국 사회의 빈곤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부의 집중 현상에 대한 개선 조짐은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태국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B)에 따르면 태국 국민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는 2010년 시점에 11배를 초과했다. 상위 10%의 대지주가 국토의 60%를 소유하고 있지만 농가의 보유 토지비율은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태국의 세제 개혁안은 강한 조세 저항에 부닥쳤다. 기득권층은 상속세 도입이 중소기업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소기업 상속인들은 그들의 주식을 팔 것을 강요당할 것이고 결국 사업 자체를 매각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궁극적으로 태국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다수의 납세자가 세제 개혁안에 반발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를 삼는 부분은 정부의 ‘불투명성’이다. 자산의 가치 평가 방법이 명확하지 않고 평가기관의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세금을 징수할 경우 태국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가 다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전 정부와 달리 차별적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투명성, 부패 척결 및 개혁 정신’도 최근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청사 사용 용도로 특정 회사의 하이테크 마이크로폰을 192대 구매하는 과정에서 시중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싼 값을 치른 것이 밝혀져 관련 부처가 국가예산위원회와 국가부패추방위원회로터 감사를 받는 스캔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국가개혁의회 의원 중 28명이 반부패위원회의 재산 공개 요구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태국 국민들은 정부가 투명하게 국정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군사정부라 할지라도 국민들과 일정 수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경우 향후 무시할 수 없는 역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 현 정부는 1년 후 민간에 정권을 이양해야 하는 임시정부로서 차기 정부에 또 다른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좋은 취지로 나온 세제 개혁안이 태국 사회에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오지 않기를 바란다.

김정규
KTB투자증권 태국법인 대표
#글로벌 마켓 뷰#세제 개혁#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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