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3분기(7∼9월)에 2조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내며 또다시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7월 29일 2분기 영업손실(1조1037억 원)을 공시하며 ‘회사 창립 이래 처음’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붙인 지 3개월 만이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어닝 쇼크’를 겪으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30일 올해 3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12조4040억 원에 1조934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3조1384억 원에서 5.6% 줄었고 2224억 원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손실이 4개 분기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플랜트 분야의 공사손실충당금 반영이 영업손실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3사의 3분기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총 1조858억 원을 반영했다. 직전 분기에 반영한 규모(5000억 원)의 2배가 넘는다.
현대중공업은 “4분기에는 약 500억 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주와 고객, 시장에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드려 안타깝지만 전 사업부문에 걸쳐 예측 가능한 손실 요인을 모두 반영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경영진이 취임해 모든 분야에 개혁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4분기에는 반드시 흑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후 4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주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콘퍼런스콜 형태의 기업설명회(IR)를 실시했다. 잇따른 어닝 쇼크에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갈등 등으로 주가가 대폭 하락하면서 회사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질문에도 대답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올 초에 25만 원을 호가했지만 30일 종가 기준 10만 원으로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구원투수’로 9월 15일 취임한 권오갑 사장은 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대규모 적자를 낸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3사의 상무보 이상 임원 31%(81명)를 감축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권 사장은 이날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권 사장은 최근 조직 개편에서 일단 7개 사업본부 체제를 유지했지만 성과가 없는 본부를 폐지하거나 해외 법인·지사를 통합하는 등 ‘조직 슬림화 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본부장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사업본부별로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사측과 30일까지 집중교섭을 벌인 노조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매우 실망스러운 교섭이다. 주총을 대비해 대규모 적자에 대한 책임을 노조에 전가하고자 꼼수를 쓴다면 큰 저항에 직면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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