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의 A백화점 4층. 아웃도어 업체들이 가을 신제품을 내놓고 판매에 나섰지만 매장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이따금씩 보이는 고객들은 매장 앞에 ‘미끼용’으로 할인 판매하는 제품만 둘러보고 갈 뿐이었다.
A백화점에 입점한 아웃도어 20여 개 브랜드의 10월 매출액은 일제히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아웃도어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0% 늘어나는 등 최근 5년간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모든 매장의 매출액이 감소한 것. A백화점 관계자는 “고가 제품의 실적이 특히 저조하다”며 “소비 회복은 아직 이른 것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추석 때 매출액이 반짝 증가하는 등 소비 심리 회복을 기대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다시 울상을 짓고 있다. 유통업계는 연말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이달 들어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매출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1월 소비 심리가 살아나야 크리스마스와 설 연휴 대목이 있는 내년 2월까지 매출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11월 효과’다.
2일 유통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주요 백화점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액은 △신세계백화점 0.4% △현대백화점 3.8% △롯데백화점 4.5% 등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백화점 매출액은 8월 ‘이른 추석’의 효과로 전년 동월 대비 10.5% 증가했지만 9월 6.3%나 감소한 데 이어 10월 역시 크게 오르지 않았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 매출액 역시 8월에 전년 동월 대비 3.2%나 증가했지만 9월 매출액은 10.1% 감소했다. 10월 1∼30일 이마트는 0.9% 증가에 그쳤고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각각 0.5%, 0.8%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각종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0월 105로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통계청의 10월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한 달 전보다 3.2% 감소했다. 2011년 2월(―5.6%) 이후 4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소비자들은 평상시 지갑을 닫는 대신에 ‘반값 행사’ 등 대규모 할인 행사에 몰리고 있다. 이달 1일 오전 9시 50분 서울 강서구 이마트 가양점 정문 앞에는 고객들이 80∼90m 정도 줄지어 서 있었다. 이날 마트 측이 한우를 최대 50% 깎아주는 행사를 마련한 데 따른 것. 마트 측은 고객이 몰리자 1인당 구매 중량을 2kg으로 제한했다.
백화점들도 11월에 이례적으로 명품 세일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 명품 대전’ 행사는 매년 2월과 8월에 여는 게 관행이지만 올해는 전체 매출액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판단해 내년 2월 행사를 앞당긴 것. 롯데백화점은 이달 1, 2일 명품 행사를 마련했으며 현대백화점도 이달 7∼9일 멀버리와 마놀로블라닉 등 10여 개 해외 브랜드의 할인 행사를 연다.
유통업계는 연말까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이어가면서 소비 심리를 살리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이달 12일까지 총 1200여 개 품목, 1000억 원어치 물량을 할인 판매한다. 행사 기간을 지난해보다 일주일 늘리고 세일 품목도 20%가량 확대했다. 이마트도 11월 한 달 내내 ‘블랙 프라이데이’를 내걸고 총 3000억 원 규모의 할인 행사를 연다. 롯데백화점은 10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3억8000만 원 상당의 경품 이벤트를 열고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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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3 08:02:04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치지만 도대체가 물가가 터무니없이 높으니 그럴수밖에 없고 앞으로 고객기준으로 물가가 많이 내려야 될줄안다. 엉터리 가격표를 매기고 엉터리 할인가를 매기곤 하니 고객들이 가격불신이 높아 둘러보고 도로 나갈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