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공기업의 첫 번째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임수경 한전KDN 사장. 한전KDN 제공
LG그룹, 국세청, KT, 한국전력. 남들은 한 곳도 다녀보기 힘든 내로라하는 직장을 10년 사이 모두 거쳤다. 클릭 한 번으로 세금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국세청 인터넷 시스템을 설계했고 정부통합전산센터, 전자정부 구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국내 전력공기업의 첫 번째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최근 선임된 임수경 한전KDN 사장(51)의 이력이다. 한전KDN은 한전의 정보기술(IT) 자회사. 국내 IT 업계의 ‘여성 스타’로 꼽혀온 그가 다시 한 번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2009년에 국세청의 사상 첫 여성국장(전산정보관리관)으로 주목받은 적이 있지만 CEO는 그 책임의 무게부터 다르다.
서울 서초구 효령로 한전KDN 본사에서 지난달 31일 만난 임 사장은 “수 년 전부터 외부에서 들어오는 여성 리더십 강연 요청을 뿌리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내 경험을 보고 후배들이 성공에 대한 부담과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 수 있어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너무 치열하게, 조급하게 살지 맙시다. 육아, 살림 때문에 뒤처질까 봐 걱정이라고요? 그만큼 조금 더 길게 보고 오래 버티면 됩니다.”
취임 이후 여기저기서 축하인사를 받고 있지만 임 사장은 “영광스럽기만 한 자리가 아니다. 언론 인터뷰도 부담스럽다”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검찰은 최근 거래업체에서 억대 금품을 받은 이 회사 간부직원 2명을 구속했다. 12월에는 전남 나주시로 본사를 옮긴다. 남성 문화가 강한 에너지업계 특성상 외부 출신 여성 CEO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임 사장은 “이제라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게 다행”이라며 “분위기를 수습하고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IT라는 한 우물을 판 임 사장은 고려대(산업공학), KAIST를 졸업한 뒤 한국전산원(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정보화’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전자정부 사업과 인터넷 도입을 기획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인터넷 세상을 접하면서 안정된 공공기관을 박차고 민간기업(LG CNS)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임 사장은 한전KDN을 단순한 IT관리 기업이 아닌 스마트에너지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국내 에너지 산업을 인프라 건설 위주로 키우다 보니 IT를 활용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창사 후 22년간 쌓아온 전력산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에너지 산업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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