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직장인 김모 씨(28·여)는 네 번째 사내 연애를 시작했다. 김 씨는 이전 연인들과 헤어질 때면 ‘사내 연애는 그만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직장 후배의 고백을 받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사내 연애라는 부담에 고백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오히려 그 후배로부터 고백을 받아 바로 사귀게 됐어요.”
김 씨는 사내 연애의 장점에 대해 “따로 데이트할 시간을 내지 않아도 매일 8시간 이상 같은 공간에 함께할 수 있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직원들 몰래 하는 짜릿한 스킨십도 사내 커플만의 특권이라고 꼽았다. ○ 달콤한 만큼 대가도 큰 사내 연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구처럼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붙어 지내는 직장 동료 사이에서는 애정이 싹틀 가능성도 크다. 사내 연애 경험자들은 ‘자주 보지 못해서’와 ‘연락이 잘 닿지 않아 다툴 일이 없다’는 것을 사내 연애의 장점으로 꼽는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상대방이 잘 이해해준다는 점도 다른 연애와 차별화되는 장점이다. 관계 유지만 잘한다면 일과 사랑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것이 사내 연애다.
하지만 달콤함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김 씨는 남자친구와 다툰 다음 날 말을 섞고 싶지 않아도 마주 앉아 일을 해야 했다. 다른 직원들의 시선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는 “외박한 다음 날 전날과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한 적이 있는데 하루 종일 우리의 외박 사실을 눈치챌까 봐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사내 연애가 가장 후회스러운 최악의 순간은 헤어진 뒤에 찾아온다. 얼굴도 보기 싫은 전 연인과 마주치는 것은 물론이고 절대 알고 싶지 않은 전 연인의 결혼 소식까지 알게 된다. 입사 동기와 1년간 사귀다 지난해 헤어진 이모 씨(29·여)는 8월 말 전 남자친구의 결혼 청첩장을 받았다. 철없는 직장 동료가 입사 동기들이 모인 단체 카톡 창에 전 남자친구의 모바일 청첩장을 올린 것이다. 이 씨는 “헤어진 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기분이 언짢은 건 어쩔 수 없었다”며 “하소연할 곳도 없어 속만 썩였다”고 말했다.
○ 직장인 10명 중 6명 ‘사내 연애 꺼려’
취업포털 사람인이 미혼 직장인 13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6%가 ‘사내 연애를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헤어진 후에 어색해질 수 있어서’라는 답변이 50.9%로 가장 많았다. 사내 연애에 있어서 도전보다는 안정을 중시하는 직장인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사내 연애를 비밀로 하는 이들도 있다. 데이트는 교외에서 하기, 사내 대화는 메신저에서만 하기 등 다른 직원들 눈에 들키지 않기 위한 행동요령은 기본이다. 의심을 피하기 위한 위장술도 있다.
무역회사를 다니는 오모 씨(26·여)는 1년 넘게 같은 팀원인 박모 씨(28)와 연애 중이지만 다른 직원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만나기 시작한 때부터 오 씨는 남자친구가 있는 척 행동하고 박 씨는 솔로인 척 행동하며 주변의 의심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오 씨는 “우리가 밝히지 않는 이상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비밀 연애가 능사는 아냐
하지만 비밀 연애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사내에서 비밀 연애 중인 직장인 김모 씨(30)는 거의 매일 여자친구의 뒷담화를 듣는 고역을 치르고 있다. 친한 여직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여자친구 험담이 빠지기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김 씨는 여자친구 편을 들어줄 수도, 맞장구를 칠 수도 없어 난감해한다. 그는 “여자친구 험담을 내가 주도했다고 오해를 산 적도 있다”며 “이렇게까지 하면서 비밀 연애를 해야 하나 싶다”고 답답해했다.
3개월간 비밀 연애를 하던 황모 씨(29)는 지난달 동료들에게 연애 사실을 알렸다. 그는 “비밀 연애를 유지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 같아 공개 연애를 하기로 했다”며 “주변 사람들의 배려 덕분에 연애하기가 더욱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헤어진 뒤가 걱정되거나 연애를 지속할 자신이 없다면 공개하지 않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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