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엔진을 끈 것처럼…차원이 다른 고요함을 경험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5일 06시 55분


직접 몰아본 현대차 아슬란은 차원이 다른 정숙성과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감각이 돋보였다. 성능과 편의사양 등 상품성은 충분하지만 다소 애매한 포지셔닝과 가격 정책이 수입차와의 경쟁에서 변수가 될 것 같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직접 몰아본 현대차 아슬란은 차원이 다른 정숙성과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감각이 돋보였다. 성능과 편의사양 등 상품성은 충분하지만 다소 애매한 포지셔닝과 가격 정책이 수입차와의 경쟁에서 변수가 될 것 같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아슬란’ 시승기

이중접합 차음유리·흡차음재 확대 적용
고속주행 중 뒷좌석과 조용한 대화 충분
부드러운 주행감…시속 200km도 거뜬
다양한 편의사양 불구 옵션 가격 아쉬워

차원이 다른 정숙성, 부드러운 주행 감각은 일품.

현대차 프리미엄 라인업 최초로 전륜구동을 적용한 아슬란은 그랜저보다는 고급스러움에서, 후륜구동 대형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는 제네시스 보다는 정숙성과 공간 활용성에서 우위를 두고 있는 자동차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뜻 아슬란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차급이고, 자동차 업계에서조차 현대차의 새로운 시도를 주의 깊게 관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슬란이 다소 애매한 포지셔닝과 가격 정책을 극복하고 에쿠스, 제네시스와 함께 현대차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로 커나갈 수 있을지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4일 경기도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 왕복 87.4km구간에서 아슬란을 직접 타봤다.

● 아슬란, 얼마나 정숙한가?

수입차 대비 가격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결국 소비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아슬란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최대 관건이자 마케팅 포인트인 정숙성을 먼저 살펴봤다.

아슬란은 전면 및 전·후석 도어 유리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했다. 차폐구조를 개선하고 엔진룸 및 주요부위에 흡차음재를 확대 적용했다.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새 차임을 감안하더라도 시동을 건 뒤의 진동이나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풍절음 대책은 혁신적인 수준이다. 그랜저나 K7 급에 풍절음과 하체 방음을 한 정도의 정숙성을 발휘했다.

현대차는 아슬란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 엔진 및 변속기의 부품 강성을 높이고 다양한 설계 개선을 통해 공회전 진동과 가속 소음, 엔진 투과음 등도 함께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주행시의 정숙성은 어느 정도일까. 시속 80∼100km까지의 구간에서는 뒷좌석에 앉은 동승객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엔진음이나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시속 180∼200km로 속도를 높여도 뒷좌석과 대화를 나누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 주, 정차시에는 엔진을 끈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숙하다. 현대차가 아슬란을 출시하며 강조한 정숙성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주행 감각은 그랜저급과 확연히 구분될까?


부드러운 주행감각이라는 것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무조건 부드러운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핸들링이나 주행시에 묵직하고 단단한 안정감이 느껴져야 비로소 프리미엄급 대형차라고 할 수 있다.

아슬란은 속도 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MDPS)을 장착하고 있다. 고속에서는 무겁게, 저속이나 주차시에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작동하는 장치다. 시속 150km이상의 고속 주행 테스트 결과 조금 더 묵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차량의 움직임과 노면의 상태를 계측해 실시간으로 승차감 및 조종 안전성을 향상시켜주는 전자제어서스펜션(ECS)도 탑재했다. 고속 코너링과 고속 직진 주행시에도 유럽 세단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묵직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시속 200km에서도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고속에서의 차선 변경시에도 크게 출렁이는 느낌이 없다. 부드러움을 유지하면서, 서스펜션 강성도 제법 단단하다. 단,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최상위 트림에만 장착되어 있다는 것이 아쉽다.

● 편의사양은 제네시스급, 하지만 옵션 추가하면 가격도 UP


아슬란 전 모델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기본 적용되어 있다. 운전자가 전방에 시선을 떼지 않고도 운행시 필요한 주요 정보(차량 속도, 길 안내 표시 등)를 앞 유리에 투영된 이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없을 땐 모르지만 한 번 이 장치가 장착된 차량을 타보면 없을 때 너무나 아쉬운 장치 중 하나다. 또한 정전식 터치 기능을 적용하고 음성조작의 편의성을 강화한 8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을 전 모델 기본 적용했다. 이 두 가지 편의사양만으로 그랜저급을 가볍게 뛰어넘는 주행 편의와 감성 만족도를 느낄 수 있다.

차간 거리 자동 조절은 물론 자동 정지와 재출발 기능까지 지원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차량 충돌 예상시 운전자에게 경보해 긴급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시켜주는 ‘전방추돌 경보시스템(FCWS)’ 등의 편의 장치도 있지만 최상위 트림에서만 선택할 수 있고, 그마저도 돈을 더 내고 옵션 선택을 해야 한다.


이날 시승 모델은 G330 익스클루스브 모델이다. 기본 차량 가격만 4590만원이고, 옵션을 모두 더하면 5065만원이다. 아슬란 자체로는 상품성이 충분하지만 동급이나 한 단계 위급, 혹은 수입차와의 경쟁에서 정숙성과 승차감만을 무기로 내세우기에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편의장비는 더 없이 많지만, 하위 트림에서는 선택조차 할 수 없다는 것도 아쉽다. 그랜저나 K7을 가볍게 능가하는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은 확실한 세일즈 포인트지만 스티어링휠(핸들) 디자인은 차급에 비해 감성 만족도가 크게 떨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파주|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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