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현지 기업 혹은 글로벌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인수합병 후 어떤 브랜드를 사용할 것인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의 레노버는 미국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한 후 레노버 브랜드로 통일했다. 반면 볼보를 인수한 중국의 지리자동차는 그대로 볼보 브랜드를 쓰고 있다. 미국의 이베이는 한국의 옥션과 지마켓을 인수한 후 각각의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GM은 한국의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GM대우로 변경했다가 이제는 GM 단독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M&A 이후 어떤 브랜드를 사용하는가에는 인수기업의 브랜드, 피인수기업의 브랜드, 또는 두 브랜드의 조합 등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때 국적에 따른 ‘원산지 효과’가 나타난다. 인수하는 기업이 속한 국가의 이미지가 향후 브랜드 가치에 큰 영향을 준다. 같은 브랜드라도 그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소비자들이 인지하는 가치가 다르다.
최근 대만의 경영학자들이 이 세 가지 방법에 대해 원산지 효과를 분석했다. 이들은 중국 기업, 혹은 일본 기업이 대만의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를 가정하고 소비자의 선호도를 조사했더니 흥미롭게도 소비자들은 어떤 경우든 간에 인수당하는(피인수) 대만 기업의 브랜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을 좋아했다. 자국의 브랜드가 인수당해서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브랜드를 조합해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경우의 소비자 반응도 흥미로웠다. 바로 ‘GM대우’와 같은 경우다. 소비자들은 조합된 브랜드를 새로운 브랜드로 인식해 충성도가 낮아졌다. 그런데 품질 측면에서는 더 좋아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한국 기업들도 독일의 MCM, 미국의 타이틀리스트 같은 해외 브랜드를 인수해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수 자체보다는 인수 이후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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