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마감한 삼성SDS 공모청약에서 15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의 자금이 몰렸다. 공모청약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750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이번 삼성SDS 공모청약으로 큰 수익을 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6일 삼성SDS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반 공모물량 121만9921주 모집에 1억6370만5580주의 청약이 접수돼 13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은 15조5520억 원에 이른다.
이번에 공모절차를 끝낸 삼성SDS는 14일부터 주식시장에서 거래된다. 상장 첫날 현재 장외 거래가격(6일 현재 36만6000원)으로 거래될 경우 삼성SDS는 단숨에 약 28조 원의 시가총액 5위 종목 자리에 오르게 된다.
삼성SDS 청약 열풍 배경에는 예상보다 낮은 공모가와 삼성이라는 한국의 대표그룹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갈 곳을 찾지 못하는 750조 원의 유동성이 함께 작용했다. 청약에 성공하기만 하면 10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에 ‘묻지 마’ 투자심리도 한몫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수십억 원의 증거금을 내고 한도까지 청약하는 자산가들이 적지 않았다”며 “그동안 공모주 투자를 해본 적이 없는 투자자들도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에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상황이 됐다. 약 1억 원을 증거금으로 내고 1000주를 청약했더라도 정작 손에 넣는 것은 7주에 불과하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상장 이후 주가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기 주가전망은 좋다고 평가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60.59%)은 6개월 동안 팔 수 없어 대량 매도될 가능성은 적다.
기업 자체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 삼성그룹 계열사 간 내부시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고 물류 사업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삼성SDS와 사업구조나 지배구조가 비슷한 SK C&C의 길을 갈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주주로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인 SK C&C는 2009년 11월 상장 이후 사업을 확장하며 빠르게 성장해 현재 주가가 22만2000원(6일 종가)으로 공모가(3만 원) 대비 7배 이상으로 올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 자녀들의 지분이 많아 삼성그룹 경영승계에도 활용될 여지가 많다”며 “그룹 입장에선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 5월 기대감을 안고 상장했던 삼성생명은 4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주가가 당시 공모가(11만 원)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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