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6일 세종특별시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점포를 열려던 계획을 결국 연기했다. 그동안 조치원읍이나 대전, 공주의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다녀야 했던 주민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결정은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따른 것이다. 홈플러스는 2010년 12월 부지를 매입하고 개점 준비에 들어갈 당시만 해도 이처럼 난항이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올해 들어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슈퍼마켓 업주들이 6월 ‘세종서남부슈퍼마켓조합’을 결성한 뒤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세종시에서 33m²(약 10평)∼990m²(약 300평) 규모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조합원 15명은 “대형마트 때문에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홈플러스와 조합은 그동안 세 차례 자율조정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철성 조합 이사장은 “홈플러스가 상생(相生)과 관련해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5일 열린 4차 회의에는 아예 불참했다. 일각에서는 조합이 홈플러스에 10억 원이 넘는 ‘상생 기금’을 요구했다는 소문도 나온다.
홈플러스를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은 또 있다. 조치원읍 전통시장 상인을 중심으로 한 ‘세종시전통시장상인연합회’도 세종점 개점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상인연합회는 홈플러스에 상생발전기금 30억 원, 전통시장 주차장 조성비용 분담 등을 요구한 바있다.
김석훈 상인연합회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조성되면서 조치원시장, 부강시장 등 관내 전통시장들의 매출이 늘었는데,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매출이 다시 하락할 것”이라며 “홈플러스는 상인들이 입을 피해를 감안해 기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전통시장과 홈플러스 세종점은 도로 기준으로 약 13km. 승용차로 약 15∼20분 거리다. ‘반경 1km 안에 전통시장이 있을 경우 대형마트 개점을 제한한다’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세종시 상권 안에 들어서는 만큼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게 상인연합회의 생각이다.
다른 대형마트들은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마트는 내년 초 세종시에 점포를 열 계획이고 하나로마트, 코스트코 등도 줄줄이 개점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이들은 영업시간이나 취급 품목 조정 등의 구체적인 논의보다 상생기금 조성이 더 부각되는 최근의 분위기를 더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성실하게 대화하지 않는다고 비난합니다. 하지만 수억∼수십억 원의 기금을 요구하는 모습에 오히려 그들이 외치는 상생 구호가 더 공허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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