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전략적 판단과 변화를 위한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신사업 진출, 대단위 구조조정, 조직개편 등 큰 변화를 추진하고 실행하는 데는 CEO의 판단과 성향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기존 CEO를 새로운 인물로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기존 경영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기업들이 자주 목격된다.
임기가 길어질수록 초심이 사라지고 기존 관행을 답습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CEO가 기업의 변화를 추진하는 데 적격이라는 믿음에는 큰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몇 가지 중요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CEO라면 새로 영입하거나 임기를 짧게 유지해도 별로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데이비드 왕 홍콩시립대 교수 연구팀은 1994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2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들 기업 CEO의 인적사항과 교체 빈도, 배경지식, 과거 경험, 이사회 규모 등을 조사해 해당 기업의 전략적 방향과 성과에 이런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 분석했다. 이어 새로 영입된 CEO가 가진 특성들을 새로운 변수로 추가해 이런 요소들이 해당 기업의 방향성과 성과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검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순히 CEO를 교체했다고 해서 기업의 방향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변화를 이끌어내고 추진하는 동인은 CEO의 임기나 재직기간이 아니라 CEO의 경험적 자산과 사회적 관계, 과거 재직했던 기업에서의 리더십 등에서 발생했다. 이런 요소들이 부족한 CEO라면 임기를 짧게 하거나 외부 스타급 경영인을 영입하더라도 기대하는 만큼 효과를 얻을 수 없는 셈이다.
물론 새로운 CEO를 영입해 기업 전체가 거듭난 사례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 변화무쌍한 이 시대에는 새로운 인물, 새로운 리더에 대한 기업 나름의 명확한 정의와 철학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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