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이 국내 시장에 처음 들여온 디젤 SUV ‘캐시카이’ 시승을 마친 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부드러운 주행감이었다. 신차는 마치 ‘구렁이 담 넘어가듯’ 조용하고 부드럽게 가장 최적의 주행 상황을 만들어가며 달렸다. 국내 수입차 시장 SUV 판매 1위 폴크스바겐 티구안을 잡겠다고 야심차게 나선 캐시카이를 타고 경기도 파주부터 연천까지 왕복 120km를 달렸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캐시카이 내·외관을 살폈다. 우선 V-모션 그릴과 부메랑 형태의 LED 리어램프는 닛산 고유의 정체성이 느껴졌다. 차체가 낮고 넓어 소형 SUV이지만 체감하는 크기는 더 커보였다. 또 날렵한 바디라인에 군데군데 굴곡을 줘 역동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붕 대부분을 파노라마 선루프로 덮어 실내 개방감이 뛰어났다. 대시보드 가운데 공조버튼 배치는 간결하고 단순했다. 다만 기본 옵션 모델에는 인포테인먼트 패널이 없어서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스마트기기와의 연동에서 아쉬웠다.
저중력 시트를 적용한 운전석은 넓은 시야확보에 유리했다. 뒷좌석의 경우 1세대 모델에 비해 무릎공간이 15mm 늘었지만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좌석을 접어 트렁크와 연결시키면 비밀 공간이 나오면서 최대 16가지 형태로 변하고, 이렇게 되면 적재공간은 최대 430리터까지 늘어난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자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이 귀에 거슬렸다. 이 소리는 고속주행을 제외하고 내내 이어졌다. 100km/h이상 고속주행에서는 바람과 부딪히는 소리가 운전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했다. 소음에 익숙해진 뒤 차근차근 차량 성능을 알아봤다. 시속 100km에서 엔진회전수는 2000rpm 수준. 캐시카이에 적용된 자동 7단 엑스트로닉 CVT는 부드러웠다. 캐시카이는 설계단계에서부터 도심형 SUV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도로상황이 복잡하고 중·저속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 같은 요소는 운전 피로도를 확실히 줄여줄 수 있다.
코너에서는 캐시카이가 자랑하는 섀시 컨트롤(Chassis Control) 시스템이 진가를 발휘했다. 왕복 2차선의 굽은 도로에서 일부러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또 방지턱도 40~60km/h를 유지하면서 과감하게 넘었다. 그러자 미리 설정해놓은 계기판의 섀시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바퀴 주변을 파란색으로 덮었다. 안정된 주행을 돕는 섀시 컨트롤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기능은 캐시카이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됐다. 코너에서 각 휠에 실리는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해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지원하는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과 휠의 속도를 모니터링해 기복이 심한 노면에서 가벼운 제동을 걸어주는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브레이트를 적게 밟아도 수월하게 감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는 언더스티어를 확실히 줄여줬다.
120km를 중·고속 주행 50%, 저속·정체 구간 50% 비율로 달린 결과 평균 연비는 17km/ℓ이었다. 공식 복합연비 15.3km/ℓ를 넘는 수치다. 시속 100km에서는 20~21km/ℓ, 저속에서는 13~14km/ℓ를 넘나들었다. 연비는 경쟁차량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우수한 편에 속했다.
캐시카이는 옵션에 따라 S(3050만 원), SL(3390만 원), 플래티넘(3790만 원) 등 3가지 트림으로 나온다. 최고급 트림인 플래티넘에는 서라운드 모니터와 자동주차장치, 사각지대감시장치 등이 포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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