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은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제품의 경쟁력만 갖췄다면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수출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KOTRA의 도움을 받아 수출 첫걸음을 뗀 지방 중소기업의 ‘수출 성공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공고 전자과를 나와 27년 동안 벤처기업 10여 곳을 전전하며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하지만 공들여 만든 제품을 회사에서 알아주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2002년 ‘차라리 내가 하자’고 마음먹고 회사를 차렸다. 연간 16만 대의 휴대용 음주측정기를 수출하는 강소기업 ‘디에이텍’은 이렇게 탄생했다.
6일 인천 부평구 평천로 디에이텍 본사에서 만난 박광희 대표(56)는 “창업 당시 형 사무실에 전화만 개설하고 제품 개발에만 집중했다”며 “시작은 초라했지만 품질에는 자신 있었다”고 회상했다. 디에이텍이 만든 첫 음주측정기는 다른 업체 제품보다 훨씬 더 정확했다.
하지만 판로가 문제였다. 대리운전이 일상화된 한국에서는 음주측정기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수출이 유일한 답이었지만 그 방법을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납품을 받던 업체들은 단가 인하를 무리하게 요구했고, 일부 업체는 모방 제품을 몰래 만들어 팔았다.
2007년 박 대표는 모든 납품을 끊고 홀로 서기에 나섰다. 우선 해외 시장을 잘 아는 직원을 뽑으려 했지만 영세한 중소기업에 좋은 인재가 올 리 없었다. 우연히 알게 된 KOTRA 수출전문위원의 도움이 수출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 달에 수십만 원만 내면 검증된 수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때부터 해외 바이어들에게 e메일을 보내며 제품 알리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현지 업체들이 만든 제품보다 싸지만 품질은 더 우수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처음에는 소량만 주문하던 해외 바이어들이 점차 물량을 늘렸다. 수출 국가도 차차 늘어나 현재는 미국 프랑스 영국 폴란드 칠레 등 40여 개국에 이른다.
2007년 19억5000만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63억 원으로 3.2배로 늘었다. 올해 매출은 7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는 성과도 냈다.
박 대표는 수출 성공 비결이 품질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주측정기는 아무나 만들 수 있지만 잘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 제품”이라며 “온도, 부는 세기와 방법 등 변수가 굉장히 많아 정확도를 높이려면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며 말했다.
▼ 제품이상땐 즉각 리콜… 바이어들 신뢰 얻어 ▼
디에이텍은 지금까지 제품 이상을 발견하고 바이어들의 만류에도 자진 리콜을 한 적이 세 차례나 된다. 박 대표는 “위약금을 물어주는 한이 있어도 제가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은 절대 납품하지 않았다”며 “2010년 무렵 영국에서 소송을 당해 상표를 두 차례나 바꾸는 위기가 있었지만 바이어들의 신뢰를 산 덕분에 주문량은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또 음주측정기 생산에만 집중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디에이텍은 2010년부터 오로지 음주측정기만 생산하고 있다.
이날 본사 2층에서는 생산 라인 증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생산량은 연간 16만 대에서 30만 대로 늘어난다. 박 대표는 “이제는 전시회 참가비가 없어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될 만큼 성장했다”며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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