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는 최근 두 번이나 서울 중구 중림동 일대를 찾았다. 양복 대신 일하기 편한 옷을 입었다. 10일에는 불우이웃을 위해 연탄을 배달했고, 12일엔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조손가정을 위한 집수리 행사에 참석했다. 이 대표의 연탄 배달은 이례적인 행보로 비쳐졌다. 롯데쇼핑 35주년 창립기념식을 취소하고 그 비용으로 연탄 35만 장(1억7500만 원 상당)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창립기념일인 15일을 앞두고 롯데백화점이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 것은 유통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창립기념사에서 “인구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온·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업태가 나타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그래도 변치 않는 진실은 고객의 마음을 얻는 기업만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숫자로 보는 백화점 1위
호텔롯데의 쇼핑사업본부를 인수한 협우실업(롯데그룹 계열사)은 1979년 11월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상호를 ‘롯데쇼핑’으로 바꿨다. 이날이 롯데백화점이 속한 롯데쇼핑의 창립기념일이 됐다.
지금의 롯데백화점 본점인 서울 중구 을지로의 점포는 당시 공사 마무리 중이었다. 그런데 개업 직전에 규제 하나가 문제가 됐다. ‘서울 도심에는 백화점을 추가로 세울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롯데가 만든 백화점 본점은 ‘롯데백화점’ 대신 ‘롯데쇼핑센터’란 간판을 달아야 했다. 롯데백화점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1988년 11월이다.
롯데백화점은 개점 첫 연매출이 나온 1980년부터 라이벌 신세계를 앞지르며 공격적으로 점포 수를 늘렸다. 1992년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6년 만인 1998년엔 매출 2조 원을 넘어섰다.
35년 동안 국내 유통사에 남을 기록도 여러 번 세웠다. 1979년 롯데쇼핑센터 첫 개점 행사에는 30만 명이 몰려 당시 단일 점포 최대 인파를 기록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매출(13조7000억 원)은 1980년(454억 원)의 302배로 늘었다. 롯데백화점이 2014년 11월 현재 보유한 백화점 32개와 아웃렛 11개의 영업면적을 합치면 축구장 217개에 해당하는 155만600m²(약 47만 평)가 된다. ○ “러블리 100년 꿈꾼다”
‘백화점 업계 1위’로 쉼 없이 달려온 롯데백화점은 최근 ‘사랑받는 기업’이 되자는 새로운 비전을 세웠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성장도 좋지만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브랜드 슬로건인 ‘러블리(Lovely) 라이프’를 선보였다. ‘고객의 삶에 행복한 경험을 제공하여 풍요로움과 사랑의 가치를 더한다’는 뜻이다. 사회공헌 활동도 대폭 늘리고 있다. 17일부터는 매달 지역의 낡은 경로당과 어린이집 한 곳씩을 선정해 고쳐주는 ‘러블리 하우스’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창립기념사에서 “35년 전 도전정신을 되새기면서 향후 100년 뒤에도 고객에게 사랑 받는 백화점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도하는 ‘옴니 채널(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쇼핑환경 제공)’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초 백화점 매장에 ‘온라인 픽업데스크’를 설치해 인터넷으로 주문한 제품을 픽업데스크에서 수령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