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는 한국인들과 작은 모임을 가졌다. 모임의 주요 화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었다. 한중 FTA 타결로 중국 시장에서 큰 기회가 생길 것이다. 서로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중국 시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경쟁하듯 쏟아냈다.
화제가 돌연 ‘한국인의 묻지 마 중국 투자’로 바뀐 계기는 A 씨가 의사 친구의 중국 투자계획을 말하면서다. 성형이 전공이라는 그 의사는 전 재산을 투자해 상하이에 병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확실한 중국 측 파트너까지 찾았다는 것이다. 서울에 중국인 성형 환자가 쏟아지는데 상하이에 병원을 세우면 얼마나 환자가 많을 것인가? 그 의사는 ‘인생’을 걸고 중국 투자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방금 전까지 중국 시장의 매력을 강조하던 B 씨가 A 씨에게 “친구(의사)가 중국에서 산 적이 있는지” “중국어 실력은 어느 수준인지” 등등을 물었다. 그 의사는 중국 생활 경험이 없었고 중국어도 할 줄 몰랐다. 한국 중견기업의 중국법인 대표로 10여 년 동안 중국 시장을 개척해 온 B 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한 은행의 중국 주재원으로 오랫동안 중국 투자 상담을 해온 C 씨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건물주가 재계약 때 임대료를 몇 배로 올릴 수 있다” “환자가 돈을 노리고 수술이 잘못됐다면서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할 수 있다” “투자한 뒤 파트너가 마음을 바꿀 수 있다” 등등 리스크들이 열거됐다.
각자 직간접으로 보고 들은 한국인의 중국 사업 실패 사례들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계약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도 중국 지방정부가 주민 시위를 사실상 선동해 공장 문을 닫게 한 중소기업 사례, 10여억 원을 들여 한국 식당을 크게 차려 장사가 잘됐는데 중국인 주방장이 투자자를 물색해 근처에 한국 식당을 새로 차린 사례도 있었다. 사업이 잘되자 건물주가 임대료를 크게 올리는 바람에 결국 문을 닫은 사례는 여러 건이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친구의 상하이 투자를 만류해라”라고 A 씨에게 충고했다. 이들은 “중국의 시장 환경, 관행은 한국과 많이 다르고 법은 여전히 미흡하며 특히 외국인에게 더욱 그렇다”며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백전백패”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의 결론은 중국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었다.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하라는 소리였다. B 씨는 “중국 사업은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보다 서너 배는 힘들지만 성공하면 한국보다 훨씬 큰 보상을 받는다”면서 “준비를 철저히 하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럼 중국 사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날 다들 고개를 끄덕인 기본적인 준비사항은 두 가지다. 우선 ‘중국어 능력’이다. 중국어 구사 능력이 향상될수록 사업이 실패할 확률이 떨어진다. 어떤 이는 중국어를 못하면 중국 사업을 하지 말라고도 말했다. 또 하나는 예상 투자금액의 10%만 가지고 중국에서 6개월만 살아보라는 것이다. ‘날리는 셈 치고’ 중국 현실을 온몸으로 느껴 보라는 소리였다.
한중 FTA의 타결로 차이나 드림을 꿈꾸는 한국인들이 더욱 많아졌다. 문제는 중국을 매우 만만하게 보고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국 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는 거의 없다. 중국 시장의 장밋빛 가능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만 높아간다. 흔히 창업은 취업보다 100배는 어렵다고 한다. 중국 창업은 한국 창업보다 서너 배는 어렵다. 차이나 드림을 이루려면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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