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을 그리워하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7일 03시 00분


소외이웃에 복지관 지어주며 꿈-희망 심어달라던 모습 생생

인생은 가 닿을 곳으로 가 닿고, 멈추어야 할 곳에서 멈춘다고 했던가요. 비록 고통 없이 잠자듯이 가셨다는 영면의 소식을 접했지만 가슴 미어지는 슬픔을 어찌 필설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24년 전 코오롱 회장실을 찾은 젊은 승려가 명예회장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지요. 사회에서 소외받고 굶주리는 이들을 위해 길음동에 복지관 하나 지어주시면 제가 그들에게 회장님을 대신하여 꿈과 희망을 드리겠노라고. 그때 명예회장님께서는 저의 간절한 눈빛과 마음을 읽으시고 저를 믿고 흔쾌히 복지관을 지어주셨지요. 복지관 건물 뼈대가 다 이루어져 갈 즈음 비서 한 분과 함께 미행으로 복지관을 방문하셨습니다. 저는 1월인데도 창문조차 완성되지 않아 비닐로 창을 가리고, 미리 뽑은 직원 4명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지요. 명예회장님께서 사무실에 들어서며 저희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시곤 놀란 표정을 짓던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변변한 의자조차 없는 사무실에서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제게 당부하셨지요.

“스님, 나는 복지관을 건립해주면 그만이지만 복지관을 운영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오늘 스님께서 개관을 3개월씩이나 앞둔 시점에서 미리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마음이 기쁩니다. 부디 훗날 불교 종단에서 좋은 일이 있다고 부르시더라도 훌쩍 떠나시지 마시고 1년 전 나에게 찾아와 간절한 마음으로 청원했듯이 오래오래 이곳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해 꿈과 희망을 안겨주세요.”

그날 이후 명예회장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관장으로서 22년을 소외된 어르신들과 지역주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드리고 있습니다. 명예회장님, 저 약속 지켰습니다!

명예회장님의 선행으로 22년 동안 400만 명이 넘는 소외된 이웃과 지역주민들이 이곳을 이용했고, 100만 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무료급식 혜택을 받았으며, 꿈나무 어린이들이 ‘다솔어린이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복지관 건물이 존재하는 한 명예회장님의 애민 정신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명예회장님! 명예회장님과 이별하는 마음을 당나라 시인 왕유의 글로 대신하려 합니다.
   
선생께서 떠난다 하여 높은 대에 오르니 (相送臨高臺)
넓은 들판은 아득해 끝이 없는데 (川原杳何極)
날이 저물어 날던 새도 돌아오건만 (日暮飛鳥還)
나그네 쉬지 않고 가기만 하네 (行人去不息).
   
이동찬 명예회장님, 편히 가세요!

길음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제원 합장
#이동찬#코오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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