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위안화 직거래시장 닻 올려
국내 무역업체 환전수수료 절감… 수출경쟁력-유동성 개선 기여할듯
러-일 이어 세계 세번째 개장 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장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개장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조 외환은행장, 주장정 주한 중국대사관
경제공사, 최경환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사진공동취재단
원-달러화에 이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1일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원화를 미국 달러화로만 바꿀 수 있었지만 이제 중국 위안화와도 맞교환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동안 은행이 원화를 위안화로 바꾸려면 원화를 팔아 달러화를 산 뒤 달러화를 다시 위안화로 바꿔야 했다.
두 통화 간 직거래 시장이 열림에 따라 앞으로 개인이나 무역업체 등 고객들이 은행에서 위안화 관련 거래를 할 때 금융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로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환전수수료가 기존보다 최대 0.1%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당국은 “원-위안화 직거래가 앞으로 계속 늘어나면 거래비용이 추가로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거래 시장 개설은 올해 7월 양국 간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의제다. 이후 △위안화 거래 활성화 방안 발표 △전자중개시스템 등 기본 인프라 구축 △시장 조성자로 12개 은행 선정 등의 과정을 거쳐 이날 개장으로 이어졌다. 자국 통화와 위안화의 직거래 시장을 연 나라는 러시아(2010년) 일본(2012년)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위안화 거래를 활성화해 자국 경제나 금융시장을 발전시키는 ‘위안화 허브’ 경쟁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개장식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커다란 잠재력을 지낸 새내기 벤처기업’으로 비유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는 이 벤처기업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으로 길러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면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위안화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개장일인 이날 원-위안화 환율은 위안당 180.3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80.77원에 마감했다. 거래량은 53억9500만 위안(약 9750억 원)이었다.
한국은 1996년 원-엔 직거래 시장을 열었다가 거래수요 부족으로 4개월 만에 문을 닫은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중국에 대해 대규모 무역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위안화를 공급할 수 있고, 국내 금융회사들도 위안화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당시 원-엔 시장과는 여건이 여러모로 달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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