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일부 사외이사 “당국 압력에 밀려 떠난다”

고승의씨 사의… 몇명은 12월 둘째주 가세
“실세라는 사람들 자리 팔고 다녀”

‘KB금융 사태’의 책임론 등을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아온 KB금융의 일부 사외이사가 사퇴하기로 했다.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KB금융 이사회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KB금융 본사에서 확대경영전략위원회를 열고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결과 고승의 이사(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외의 다른 일부 사외의사도 12일 임시 이사회가 끝난 뒤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퇴 여부를 둘러싸고 이사들 간의 격렬한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사외이사는 “우리는 정치(政治)금융의 희생양이 됐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이사는 이사회에 앞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나가면 이 자리를 누가 채울 것 같나”라며 “실세로 거론되는 정부 인사는 ‘KB 사외이사 자리를 내가 줄 수 있으니까 나한테 말하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더라”고 말했다. 그는 “KB금융에 소유권이 없는 사람들이 사외이사들을 나가라 마라 하는 것 자체가 관치 중의 관치”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의 전제조건으로 이들 사외이사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이번 KB금융 회장 선거에서 당국이 지지한 후보를 뽑지 않는 등 독립적인 성향을 보여온 사외이사들에게 정부가 보복성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끊이지 않는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