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상가 1층 점포를 소유한 김모 씨(47)는 보증금 1억5000만 원, 월세 300만 원(환산보증금 4억5000만 원)에 2년째 한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김 씨는 내년에도 이 계약을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다. 최근 임차인이 하는 분식점 고객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이 임차인이 앞으로 임대료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걱정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금은 1년 단위로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고 있어 임차인이 장사를 잘 못하면 새 임차인을 찾으면 됐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며 “하지만 국회에 올라가 있는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 번 계약한 임차인을 5년 동안 바꿀 수 없게 돼 임대수익이 낮아져도 손쓸 수 없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가나 건물 등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자산가들이 적지 않지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어 실제 임대 계약에는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돼 임대인은 종전보다 많은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 4억 원 이하의 임차인만 대항력(임대인이 달라져도 임차인이 새 임대인에게 기존 임대차 계약 내용을 요구할 수 있는 효력)과 최초 계약일부터 5년간 계약갱신청구권을 가질 수 있다. 만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보증금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임차인이 대항권과 최초 계약일부터 5년간 계약갱신권을 갖게 된다. 권리금도 법으로 보호된다.
정부는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임대인에게 협력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많은 자산가들이 “개정안에는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아 당분간 신규 상가 투자를 유보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정부는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어떤 경우가 ‘합당한 사유’에 해당되는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한다. 또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협력 의무를 부과한다는데 무엇이 ‘협력’인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여야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새누리당은 임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지적된 부분을 보완한 개정안을 내놨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이 아니라 10년으로 연장하기로 하는 등 임차인을 보호하는 내용을 보완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어떻게 확정되는지에 따라 계약갱신권 기간 등이 달라지는 만큼 임대인이나 자산가들은 당분간 보수적인 입장에서 계약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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