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산업의 부가가치가 최근 2년간 감소하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정체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미소금융, 햇살론 등의 정책금융과 수수료 등 가격 제한 정책이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킨 것으로 지적됐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금융연구원, 글로벌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심포지엄 및 학술대회에서 ‘성장과 고용 증대를 위한 은행 부문의 규제·감독 시스템 개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 연구위원에 따르면 순이익과 인건비를 더한 은행산업의 부가가치는 지난해 16조5000억 원으로 2004년(16조4000억 원) 이후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1년(25조9000억 원) 이후 2년 연속 부가가치가 줄면서 국내 은행의 성장 기여도 또한 정체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은행의 이익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지난해 2.7%로 쪼그라들었다. 2005년 18.4%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8%로 하락했던 ROE는 2011년 8%대로 올랐지만 지난해 2%대로 급락한 것이다.
서 연구위원은 “은행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정체된 것은 수익성 악화와 가장 큰 관련이 있다”며 “국내 은행의 수익성은 재정위기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있지만 정부가 도입한 대출금리 제한, 수수료 제한 등의 가격 정책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 은행 대출금리 체계 모범규준이 도입된 2010년 은행의 ROE는 7.2%로 3년 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또 은행 건전성은 미소금융, 녹색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의 각종 정책금융이 도입되면서 갈수록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대출을 회수할 수 없을 때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은행의 대손상각비는 미소금융이 도입된 2008년 9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50% 가까이 늘었다.
서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감독당국은 은행을 리스크 산업으로 여기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규제, 감독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부가가치 산업인 은행업의 육성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은행이 정책적 목적에 따라 서민금융, 정책금융 등을 맡는 것은 건전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