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형경은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예리한 통찰을 바탕으로 그녀는 여자들이 알아야 할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남자를 위하여’를 펴내기도 했다.
김형경의 분석에 따르면 남자는 친한 남자에게도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는다. 남자들은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을 마치 전장에서 갑옷과 투구를 벗는 행위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 때 남자들은 입을 닫는다. 반면 여자들은 온갖 수다를 떨면서 문제를 늘어놓는다. 이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다.
남성 2000명을 대상으로 남자의 속내를 조사한 마이클 맥길의 ‘남성의 친밀성’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자들이 자신의 속내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대상은 여성이라고 한다. 3명 중 1명은 어떤 이야기든 털어놓을 수 있는 여자 상대가 있다. 하지만 남자들끼리는 깊은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남자들끼리 하는 대화 주제는 주로 정치, 골프, 직장이다. 좀처럼 자신과 관련한 개인적인 사안은 말하지 않는다. 반면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깊은 속내를 잘 털어놓는다.
여자들이 건강한 이유는 바로 수다를 통해 마음속에 맺힌 것을 잘 풀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들이 아픈 이유는 입을 꾹 닫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탓이다. 남자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남자 안에 있는 여자를 살려내야 한다는 게 김형경의 분석이다.
과거 독일 황제 빌헬름 1세는 후궁에만 돌아오면 종종 화를 내며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던졌다고 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던 재상 비스마르크가 아랫사람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황제에게 풀었기 때문이다. 재상의 스트레스를 받아 준 황제는 답답한 마음을 풀 곳이 없었고, 그래서 궁으로 돌아오면 접시며 찻잔을 내던지며 스스로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아랫사람의 화풀이를 이해하는 재상과, 그런 재상의 스트레스를 받아준 황제 덕분에 독일은 강성해질 수 있었다. 맺힌 게 있으면 어딘가에서 풀어야 한다. 접시를 깰 수도 있겠지만, 수다라는 좋은 방법이 있다. 건강한 남자가 되려면 내면에 감춰진 ‘수다 떠는 여자’를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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