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등으로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 갑오년이 저물고 있다. 경제상황도 녹록하지 않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과 공공기관 등은 각 분야에서 이견이 없을 정도로 눈에 띄는 제품 서비스 콘텐츠 등을 내놓았다. 동아일보가 각계 전문가 및 업계에 자문해 올해 각 분야의 ‘최고 중의 최고(Best of best)’를 선정해 시리즈로 다룬다. 》
중국 현지 언론의 뜨거운 관심 속에 영화 ‘명량’이 12일부터 중국 전역 3000여 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올 한 해 한국영화계와 콘텐츠업계의 지형도를 바꿔놓은 ‘명량’이 한류 열풍이 뜨거운 중국에서 어떤 성적을 올릴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앞서 8월 15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개봉한 명량은 12월 6일까지 약 259만 달러(약 28억5000만 원)를 벌어 이전까지 북미 지역에서 가장 많은 흥행수익을 올렸던 한국영화인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4년·238만 달러)을 넘어섰다.
한국 시장 석권에 이어 해외에서 또 한 번 신기록 수립을 노리고 있는 ‘명량’을 동아일보가 선정한 ‘2014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올리는 데 이견은 없었다. 7월 30일 개봉돼 문화를 넘어 한국사회 전반에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키며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최종 집계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명량은 약 1761만 명이 관람했다. 개봉 첫날 68만 명이 몰리고 역대 하루 최대 관객 수인 125만 명(8월 3일)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한 명량은 개봉 18일 만에 기존 역대 1위였던 2009년 미국영화 ‘아바타’(1362만 명)를 가뿐히 넘어섰다.
명량이 지금까지 올린 매출액은 1357억1905만 원. 3차원(3D) 영화인 아바타(1284억 원)를 넘어선 역대 1위다. 투자배급사인 CJ E&M이 분배받은 수익만 약 55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사회는 왜 이토록 명량에 열광했을까. 명량은 개봉 전부터 흥행이 예상되긴 했다. 영화 성수기에 제작비 180억 원을 들인 대작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이순신 장군(1545∼1598)은 안티가 없는 영원한 국민 영웅이다. 하지만 조선 선조 30년(1597년) 울돌목에서 벌어진 명량대첩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역사적 사실이라 흥미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이도 적지 않았다.
2014년을 ‘명량의 해’로 만든 것이 오롯이 영화의 힘만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은 “세월호 사고와 윤 일병 사건 등 사회적 이슈가 영향을 미쳤다”며 “위로가 필요한 대중에게 이순신이란 슈퍼히어로의 등장은 무척이나 반가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명량 속 이순신 장군이 민주적인 21세기형 리더는 아니다”며 “지속적인 경제위기와 사회적 혼란으로 국민이 절대적인 리더십을 열망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국내 천만 영화의 단골 주제인 민족주의적 색채가 농후한 ‘애국심 마케팅’도 한몫했다. 또 40, 50대가 역사교육을 목적으로 자녀를 동반하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관람하며 명량의 흥행을 도왔다. 멀티플렉스 CGV에 따르면 명량의 경우 40대 관객의 비율이 32%로 기존 영화의 주 관객층인 20대(29%)와 30대(29%)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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