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공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이 사건은 결국 조 전 부사장의 퇴진을 불러왔다.
평소 리더십 문제에 관심이 있다보니 ‘땅콩 회항’과 관련해 몇 가지 포인트가 눈에 띄었다. 그 전에 일어났던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폭언 논란에서도 비슷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뇌리에 떠오른 것은 ‘상호 신뢰가 생기기 전에는 아랫사람을 함부로 야단치거나 비난하지 말라’는 점이었다. 똑같은 비난을 가족, 친구에게 들었을 때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들었을 때의 충격을 비교한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신뢰는 정신적 충격을 완화해줘 ‘이 사람이 지금은 나를 비난하지만, 곧 원래의 좋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갖게 해 준다. 이런 상호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특히 상대방을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격렬한 비난을 받으면 그 충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둘째, 업무를 지시할 때는 고함을 지르지 말아야 한다. 예전에 인도를 방문했을 때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인도의 최상류층은 함부로 화를 내지 않도록 교육받는다는 사실이었다. 사회·종교적 계급이 고착화된 사회에서 왜 그럴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수세기에 걸쳐 아랫사람들을 부리면서 축적된 일종의 노하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윗사람이 화를 내면 아랫사람은 순간 빠릿빠릿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사람은 긴장하면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오히려 실수가 생기기 쉽다는 뜻이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들은 중요한 일을 지시할 때는 고함치지 않고 조용조용히 이야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영화 장면들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구미호나 뱀파이어(흡혈귀)가 사람을 조종할 때는 눈을 쳐다보며 조용조용히 말하지 않던가. 고함을 지르며 상대방을 유혹하거나 회유하는 캐릭터는 없다.
마지막으로 너무 ‘오버’해서 질책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마음속으로 질책을 당하거나 혼날 각오를 한다. 그런데 본인이 생각하는 벌의 수준과 실제 질책의 정도가 큰 차이가 나면 ‘대체 이건 뭐지?’라고 의구심을 갖게 된다. 심리학적 용어로 말하자면 ‘인지 부조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심하면 벌을 주는 사람에게 반발하는 마음이 생긴다. ‘땅콩 회항’ 사건의 경우 일반인들까지 조 전 부사장의 조치가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이상의 사항들은 기자가 리더십이나 심리학 전문가들을 만나 취재하는 동안에 배우거나, 현장에 있는 경영자들로부터 직접 들은 것들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 기업에서는 이런 지식과 노하우들이 파편적으로 존재하며, 실제 경영현장에서 교육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효과적인 리더십 스킬이 교육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저 권위에 기대 아랫사람들을 억누르고 지배하는, ‘원시적 리더십’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기 쉽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리더십 논란은 특정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와 기업계 전체가 원인과 해결책을 심사숙고해야만 할 사항이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최근 사건들의 기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제대로 분석하고 현명한 해결책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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