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권력, 참여-협업-투명성 강조… 관리통제 중시하는 구권력과 작별
지나치게 미화해서도 안되지만 과소평가하면 기업 미래 불투명
오늘날의 권력은 예전 같지 않다.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수의 대중이 기존 권력을 위협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소위 다수의 다윗들이 거대한 골리앗을 무너뜨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드러나는 권력의 구조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전통적 조직에서 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기존 조직의 관리자들은 특히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미국의 사회적 기업 ‘퍼포스’의 제러미 하이먼즈 최고경영자(CEO)와 뉴욕 유대인 문화 커뮤니티센터인 ‘92번가Y’의 헨리 팀스 부대표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기고문을 통해 “권력의 본질적인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권력’과 ‘구권력’의 차이와 긴장관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12월호에 실린 이들의 논문 ‘“군중론?” 신권력 이해하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신권력 모델
비즈니스에서 구권력 모델은 오직 ‘소비’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 잡지는 독자들에게 구독을 갱신하라고 요청하고 제조업체는 고객들에게 자사 제품을 구입하라고 부추기는 식이다. 그러나 신권력은 소비를 넘어서서 참여하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구와 점점 커져 가는 참여 역량을 적극 활용한다. 대중은 단순한 소비행위 이상의 방식으로 참여하고 싶어 한다. 신권력에 참여하는 행동에는 단순한 제품 소비 이외에 다섯 가지가 더 있다. 첫째는 타인의 콘텐츠를 불특정 다수와 나누는 ‘공유’이고, 둘째는 기존 콘텐츠나 자산에 새로운 메시지나 의견을 추가하거나 각색하는 ‘조성’이다. 또 돈으로 지원 사격하는 ‘펀딩’과 특정 플랫폼 안에서 콘텐츠를 창조하거나 제품과 서비스를 전달하는 ‘생산’ 역시 중요한 참여 행동이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처럼 생산에 참여한 대중이 생산물을 함께 가지는 ‘공동 소유’도 있다.
○ 신권력의 가치
신권력이 힘을 행사하는 방식도 제각각이지만 사람들이 신권력에 반응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10대 청소년은 타인의 아이디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적극적인 콘텐츠 창작자로 참여한다. P2P(개인 간 공유 시스템) 금융 플랫폼인 ‘렌딩클럽’을 통해 자금을 빌린 대출자는 구권력 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관과 작별인사를 할 수 있다. 바로 은행이다. 또한 온라인 기반의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리프트’에 가입한 회원들은 차량 소유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이나 관행을 바꿔 가고 있다. 이 모든 건 ‘참여’에 바탕을 둔다. 대중 혹은 군중은 20세기를 지배했던 구권력의 중개인들이 없어도 자신들의 삶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신권력에 깊이 관여하는 사람들 가운데 특히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0대 이하의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인간에게는 양도할 수 없는 천부적인 참여 권리가 있다’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신권력은 참여자들 간 자율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투명성도 이들이 중시하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 기존 조직이 신권력을 활용하는 방법
대부분의 조직은 권력의 본질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이 시대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을 이해하는 조직은 매우 드물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이런 변화에 적응하려는 기업들은 많다. 하지만 자사의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나 추구하는 가치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화시키는 조직은 드물다. 대체로 ‘신기술’이라는 옷을 살짝 걸치는 수준이다. 예컨대 구권력의 리더들에게 ‘디지털 대리인’을 붙여주기 위해 최고혁신책임자(CIO)를 고용하거나 트위터를 통해 소통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는 식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고 별다른 관심을 끌어내지 못한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한다고 해서 신권력 전략을 사용한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신권력형 역량을 개발하려는 전통적인 조직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스스로 내부의 권력을 감사(audit)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우리는 신권력 모델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신권력 가치를 어떻게 구현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또한 조직 내부에 ‘월가를 점령하라’와 같은 점거 시위가 벌어졌다고 상상하고 성찰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중을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미국에서는 인터넷 규제 관련 법안을 둘러싸고 인터넷 업체들과 저작권을 가진 회사가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결국 ‘1000만 명 서명운동’과 같은 형태의 대중 참여를 이끈 인터넷 업체가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킨 사례가 있다. 로비스트 고용 등 과거 관행만으로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다.
○ 신권력에 의존하는 조직의 과제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신권력에 의존하는 조직들은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런 조직들은 군중의 에너지에 쉽게 도취되는 경향이 있지만,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들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 ‘신권력 의존’ 조직들은 다음 세 가지 원칙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첫째, 커뮤니티 위에 군림하지 말고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 구권력 조직들이 ‘군중의 점거’를 두려워해야 한다면, 신권력 조직들은 ‘빈 둥지’ 신세를 경계해야 한다. 신권력 모델을 사용하면서도 구권력의 요소를 가진 조직들은 특히 자신들을 지탱하는 커뮤니티를 소외시킬 위험이 있다. 투자자, 규제기관, 광고주 등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은 종종 신권력 커뮤니티와 완전히 다른 요구를 할 때가 많다. 이때 양측 안건의 균형을 조화롭게 맞추는 일은 외줄타기만큼 어렵다.
둘째, 두 권력의 언어에 모두 능통해야 한다. 신권력이 꾸준히 발전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구권력의 영향력도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신권력의 언어와 구권력의 언어를 바꿔가면서 구사할 수 있는 ‘이중언어’ 능력을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조화된 사고’가 필요하다. 현재에도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구권력 상부구조에 고착되지 말고 신권력 구조를 스스로 만들고 그 안으로 뛰어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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