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집 팔때도 ‘닻내림 효과’… 시세보다 비싸게 내놓는게 유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특별하다. 특히 주택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주택이 개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상한 현상만도 아니다.

주택 매매를 할 때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얼마’에 집을 내놓느냐를 결정하는 문제다. 시세대로 내놓는 게 좋을까, 아니면 시세보다 좀 낮거나 높게 내놓는 게 좋을까? 이와 관련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부동산 전문가인 그레이스 부치아네리 교수팀이 2013년 수행한 연구를 주목해 볼 만하다.

부치아네리 교수팀은 델라웨어,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주의 주택거래 데이터를 사용해 초기 제시가격과 최종 매매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즉, 주택을 팔려는 사람이 시세보다 높은 값에 주택을 내놓았을 때 최종 매매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초기 제시 가격을 높게 설정하는 게 주택 판매자의 수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시세가 23만4000달러에 달하는 주택이 있다고 치자. 이 주택을 팔려는 사람이 시세보다 10%(2만3400달러) 높은 가격인 25만7400달러에 집을 내놓을 경우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관찰했다. 연구 결과, 최종 주택 매매는 10% 상승 제시 금액분(2만3400달러)의 약 0.05∼0.07%(117∼163달러)만큼 더 높은 가격(25만7517∼25만7563달러)에 체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치아네리 교수팀은 이 같은 결과를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로 해석했다. 마치 배가 닻을 내린 주변에서 맴돌 듯, 의사결정의 판단 기준을 초기에 제시된 가격을 중심으로 삼기 때문에 처음에 주택 가격을 높게 제시하면 그만큼 최종 가격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적절한 초기 제시가격이 얼마인가에 대한 답은 풀기 어려운 문제다. 터무니없이 높은 제시가격은 오히려 거래를 방해할 것이고 낮은 제시가격은 매매차익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제시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산 운용법이 아니라는 교훈은 되새길 만하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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