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천재적인 사람들조차도 자기들의 업적이 아니라 훨씬 더 값이 싸고 가벼운 물건들로 존경받고 경탄받으려고 생각한다는 것이 삶의 법칙이다. 수집가 발자크는 이 사실에 대한 전형적인 예가 되고 있다.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슈테판 츠바이크 지음·푸른숲·1998년) 》
책 이야기를 빌려 새해를 맞는 감회를 적고 싶어 생각을 굴리니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떠오른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과거와 비교해 보면 우리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한국도 그러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자본주의 등장 이후 인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생산력 덕분에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넘치는 풍요는 해로울 수 있다. 글로벌 사회는 넘치게 발전한 나머지 지구를 병들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프랑스혁명 직후에 태어난 발자크는 초유럽적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세계 여러 나라의 신문과 출판사들이 돈 보따리를 들고 그의 글을 기다렸다.
하지만 사업 실패에 따른 빚 독촉 탓에 그의 삶은 ‘영원한 빚쟁이’ 신세였다. 물론 그에게는 쓰라린 체험들을 마음을 뒤흔드는 형상들로 바꾸는 예술가의 재능이 있었고, ‘고리오 영감’ 등 대작 ‘인간희극’을 우리에게 남겼다.
감옥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왕성한 창작력의 작가 발자크였으나 어럽쇼, ‘수집가 발자크’는 허드레 짝퉁 골동품을 “루브르에 있어야 할 걸작”이라며 사들이곤 대단한 투자라며 자화자찬하는 망상의 소유자였다. 이 망상 가득한 사업을 위해 그는 평생의 연인이었던 한스카 백작부인의 돈까지 끌어들였다.
프랑스가 낳은 최고의 관찰자 중 한 명인 발자크가 정작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깜냥대로 사는 데는 젬병이었음은 희한한 역설이다. 하긴, 아는 것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니까. 깜냥껏 살기! 수집가 발자크의 실패로부터 배우며, 겸허하게 시작하는 201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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