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내수 점유율, 합병후 첫 70%밑으로 후진

세계시장 800만대 약진과 대조… 2014년 수입차 판매 25% 증가 영향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두 회사가 합병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70% 밑으로 떨어졌다. 수입차의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41.3%, 기아차는 28.0%를 기록해 두 회사를 합치면 69.3%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12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뒤 두 회사의 합계 점유율은 줄곧 70%대를 유지해왔다. 2003년 70.4%, 2007년 70.5% 등 고비가 있긴 했지만 70% 선을 지켰다. 2007년 바닥을 친 후 2년 만인 2009년 76.8%로 반등에 성공했으나 2013년 71.4%에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에서 처음으로 판매량 800만 대를 돌파한 터라 현대·기아차가 세계 시장에서는 승승장구하면서도 국내 시장에서는 고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양으로만 보면 현대차가 지난해 국내에서 68만5191대, 기아차는 46만5200대를 팔아 해외 시장 비중이 훨씬 크지만 국내 시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외 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이탈리아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64%까지 올랐던 피아트그룹은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생산성도 저하되며 수입차에 시장을 내주더니 점유율이 20%대로 떨어졌고, 2000년대 초반에는 파산 위기까지 겪었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내려간 것은 수입차의 인기가 높아진 데다 다른 완성차 업체가 선전한 때문이다. 지난해 수입차의 판매량은 2013년보다 25.5% 증가한 19만6359대로 역대 최고치다. 또 한국GM은 지난해 15만4381대를 팔아 출범 12년 만에 국내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의 인기 덕분에 전년보다 33.3%나 많은 8만3대를 팔았다. 쌍용자동차도 코란도스포츠 등 SUV 차종의 인기를 업고 선전하고 있다. 여기에 기아차가 신형 카니발과 쏘렌토를 출시했지만 부분파업 등으로 신차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도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정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