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그래프만 보고 투자결정할 땐 ‘닻내림 효과’ 주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9일 03시 00분


복잡한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그래프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복잡한 데이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그래프처럼 시각화한 데이터가 의사결정에 늘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시각화를 통해 정보를 쉽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직관에만 의존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관에 엄밀한 분석이 더해져야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실제로 금융거래의 추이를 시간대별로 표시해 주는 시계열 그래프는 닻내림(anchoring·의사결정의 기준점을 활용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해주는 직관) 효과에 따른 인지적 편향을 부추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 거래 그래프가 상향으로 제시되면 사람들은 다음 날 해당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하향으로 마무리되면 다음 날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하는 편향을 보인다.

홍콩과학기술대 로드 두클로스 교수는 그래프 제시 방식이 금융 관련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155명을 4개 집단으로 나눠 모의 주식투자를 진행했다. 우선 참가자들을 그래프의 표시 방식에 따라 2개 집단(마지막 거래의 그래프가 상향과 하향으로 표시)으로 나눈 다음, 불확실성의 여부에 따라 집단을 2개로 더 세분했다. 참가자들은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주식의 향후 주가를 예측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했다. 실험 결과 마지막 거래에 대한 그래프가 상향으로 마무리된 집단이 주가를 더 높게 예측했고 구매 의도도 높았다. 주가의 불확실성은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래프와 텍스트 정보의 영향을 비교한 두 번째 실험 결과, 텍스트로 된 자료를 본 참가자들의 경우 마지막 거래의 주가 방향이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반면 그래프 자료를 본 참가자들은 마지막 거래의 주가 방향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그래프를 통한 시각적인 데이터를 다룰 때는 인지적인 편향이 작용할 가능성을 미리 고려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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